"취업 잘 될까 싶어서...이름 바꿨어요" 늘어난 '청년 개명인구'

2017-08-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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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박진형(26)씨는 한 달 전 ‘박현수’로 이름을 바꿨다.

이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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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박진형(26)씨는 한 달 전 ‘박현수’로 이름을 바꿨다. 어머니 권유 때문이었다. 현수 씨는 “취업을 잘 하려면 이름을 바꾸는 게 좋다더라”는 어머니 말을 받아들였다. 서울 한 사립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현수 씨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름을 바꾼 뒤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수 씨는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면서도 “아직은 조금 어색한 면도 있다. 친한 친구들은 여전히 나를 ‘진형’이로 부른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최수영(30)씨는 6개월 전 개명했다. 원래 이름은 ‘최이인’이었다. 여러 해 행정고시에 도전하다 취업 시기가 늦어진 수영 씨는 스스로 개명을 택했다. 그 나름의 돌파구였다.

수영 씨는 “행정고시에 수 년 간 낙방했다. 또래보다 늦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취업에 도전했다”며 “진짜 제2의 인생,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 이름을 바꾸는 건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인’이라는 이름이 발음이 은근히 힘들다”며 “누군가에게 이름을 말하면 항상 되묻곤 했다”며 “그리고 이름에서 ‘이인자’라는 느낌도 있지 않나. 면접에서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점점 늘어나는 20~30대 개명인구

현수 씨, 수영 씨 사례처럼 ‘청년층 개명’이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20, 30대 ‘청년층 개명’은 전체 개명 인구 14만 6416명 중 6만 2700명으로 42.8%에 달한다. 청년층 개명 비율은 2011년 23.3%, 2012년 23.9%, 2013년 24.5%, 2014년 24.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청년층 개명이 늘어난 건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 때문에 이름을 바꾼 이들은 실제로 “개명이 내 인생 ‘새 출발’의 계기가 되기는 한다”고 입을 모았다.

쉬워진 절차도 청년층 개명이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05년 대법원은 개명을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한 자기결정권 영역’으로 인정했다. 이전에는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잘못 기재되거나 남들에게 지나치게 놀림을 당하는 경우에만 개명을 했다. 법원 허가도 쉬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법원의 개명 허가율은 90%를 웃돈다. 최근 10년간 개명을 신청한 사람만 151만 9000명에 달한다.

법원이 개명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는 판사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징역 등 실형을 산 사람, 벌금 등을 미납한 사람, 채무를 연체한 신용불량자(단 파산면책자나 개인회생 중인자는 가능)’ 등이다. 개명 신청 후 빠르면 1개월, 보통 3~4개월 정도면 법원 허가가 나온다.

◈ "이름 지어준다면서 큰 돈 요구하는 곳 피해라"

개명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한국작명가협회 김기승 이사장은 “개명 전, 본인에게 잘 맞는 이름을 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개명을 한다고 해서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던 이가 철썩 붙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새 출발’을 한다는 심리적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인생에서 ‘이름’이 갖는 중요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름을 지어준다면서 큰 돈을 요구하는 곳은 피해야 한다”며 “작명법은 너무 다양한데 보통 발음이 편한 이름, 놀림감이 되지 않는 이름이 좋다”고 덧붙였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