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진재수는 어떻게 고초를 겪고 문체부에서 쫓겨났나

2017-08-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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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사직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이 17일 박 전 대통령 뇌물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진재수 전 과장은 2013년 7월 승마협회 내부 갈등과 비리 등을 조사한 보고서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보고했다. 진 전 과장은 보고서에서 최순실씨 측근이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진 전 과장은 보고서를 보낸 날,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승마선수 생활을 도와주던 박 전 전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박 전 전무는 "매우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냐"며 진 전 과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진 전 과장은 이날 재판에서 박 전 전무의 말이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또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보고한 자료가 민간인인 박씨에게 어떻게 바로 유출됐는지 굉장히 놀랐다"고도 했다. 진 전 과장은 "(박씨의 말을 듣고) '앞으로 내게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 작성 후, 진 전 과장과 직속상관이었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1차관)은 고초를 겪기 시작했다.

진 전 과장은 "그해 8월 어느 날 노 전 국장이 ‘총리실에서 내 방에 있는 바둑판이 나왔다고 소명하라고 한다. 올 때부터 있던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바둑판을 갖고 그러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저도 아침에 출근하니 책상 서랍이 열려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감찰 관련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작성한 박원오 관련 보고서 때문에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진 전 과장은 "당시 이모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청와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느냐. 계속 전화가 온다. 조만간 인사조치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후 조현재 차관으로부터 ‘잠시 쉬고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모든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 ‘알았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이후 문체부 소속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그는 명예 퇴직으로 문체부를 떠났다.

진 전 과장은 “지난해 6월 초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고 해 노 전 국장이 그만둔 것을 들었다. 저도 정년까지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진 전 과장의 좌천 인사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원오 씨는 18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재판은 몇몇 증인 신문이 철회되면서 이례적으로 일주일 만에 열렸다. 재판부는 심리가 본격화한 지난 6월부터 매주 4차례씩 집중 심리를 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기일에서 입었던 것과 다른 밝은 회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 10일 열린 공판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톤의 상의를 입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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