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공포기억 저장 경로 찾았다

2017-08-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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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공포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 무리가 쥐에서 발견됐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의 조준형 교수(왼쪽)와 김웅빈 연구원. / I. Pittalwala, UC Riverside 제공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의 조준형 교수(왼쪽)와 김웅빈 연구원. / I. Pittalwala, UC Riverside 제공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머릿속에 저장된 수많은 기억 중 특정 공포기억만 선택적으로 지울 수 있을까.

공포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뉴런)들을 찾아, 그 연결을 약화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최근 이런 공포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 무리가 쥐에서 발견됐다. 또 이들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약화하면 공포기억이 희미해진다는 것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의 조준형 교수와 김웅빈 연구원은 이런 연구 결과를 18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발표했다.

사람은 생존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할 때, 이와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에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두려움은 분명 생존에 도움을 주는 요소지만, 과하게 반응할 경우 공포증이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생기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고자, 공포기억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과 저장 경로를 찾기로 했다.

우선 쥐에게 소리를 들려주고, 이 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약한 전기충격을 줬다. 다음 날 이 쥐는 전기충격 없이 소리만 들어도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않았다. '프리징'(freezing)이라고 불리는 이 행동은 쥐가 극도의 공포심을 느낄 때 보인다. 소리를 들을 때 전날의 전기충격이 떠올라 공포를 느낀 것이다.

또 이 쥐는 특정 청각 신경세포와 공포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 간의 연결이 강해져 있었다. 이는 소리와 관련된 공포기억을 만드는 '신호 길'이 보다 탄탄해졌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청각 신경세포와 편도체 간 연결을 약화하자 소리를 들을 때 쥐의 공포감도 동시에 약해졌다. 특정 소리와 관련된 공포기억이 지워졌기 때문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는 최신 기술을 이용하면, 빛으로 신경세포 간의 연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조준형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동차에 공포를 느끼지 않지만, 교통사고를 경험한 뒤 PTSD가 생긴 사람은 자동차가 많은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트라우마가 연상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라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른 기억을 유지한 채 이런 공포기억만 줄일 수 있을지를 알아봤는데, 이번 연구에서 이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공포증은 물론 PTSD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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