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판매 경험담' 페북에 올리는 이소희 씨 인터뷰

2017-08-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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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단순한 '뒷담화'였지만 꿈은 로스쿨로까지 이어졌다.

이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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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성 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성 판매자인 이소희(가명·24·여) 씨가 일하며 겪는 각종 경험과 고충을 올리는 곳이다. 지난해 8월 만들진 후 28일 기준 약 3700명이 팔로하고 있다.

이 페이지가 지난 5일 차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여성 단체 항의가 잇따르자 우여곡절 끝에 페이지는 복구됐다. 페이스북 측이 제시했던 차단 사유는 '음란물 게재'였다.

위키트리도 이 사건을 보도했다. 페이지가 삭제됐다는 내용이 전부였지만 해당 기사에는 성 판매자를 향한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몸이나 파는 주제에', '더러운 XXXX' 정도가 그중에서 양호한 축에 드는 댓글이었다. 이소희 씨에게 조심스럽게 댓글에 대해 물었다. 의외로 "괜찮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로 나왔다"는 소탈한 답이 돌아왔다.

이소희 씨는 비난이 두려워도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고 했다. 소희 씨는 현재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지만, 결국 성매매가 근절된 사회를 꿈꾼다. 소희 씨는 왜 성 판매에 뛰어드는 여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지 증언하고 싶어한다.

◈ "왜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이소희 씨는 가정 폭력, 친족 성폭력, 학교 폭력 피해자다. 그는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소희 씨는 "계속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저와 같은 사람들을 찾고 싶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채팅방 들어가면 '2:1할 레즈 구함' 이런 거 진짜 많았어요. 혼자서 조건 만남하는 건 무서우니까 둘이서 나가곤 했어요. 모텔 많은 곳에 걸어 다니면 너는 얼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있다고, 조건으로 돈 벌라고도 했고"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빌미로 협박을 하며 만나달라는 남자도 많았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집과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었다. 그는 "보통 피씨방에서 놀았고, 라면 먹거나, 굶다가 홍대 술집 가서 물담배 피면서 졸다가, 뚫리는 찜질방 찾아다니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10대 시절 소희 씨는 우연히 또래 청소년들과 만났다. 내신과 대학 이야기를 하는 청소년들과 만나자 벽을 느꼈다. "왜 이렇게나 다른 삶을 경험하나"라는 의구심을 느꼈다.

성 판매를 하면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소희 씨는 "왜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장소가 필요했다.

◈ "저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사람, 공간이 없었어요"

"처음 시작은 단순하게 가볍게 스트레스 풀이로 만들었어요. 성 판매를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해 저도 보통 직장인들이 주변에 상사 '뒷담화'하듯이 저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사람, 공간이 없어서 "

성 판매 여성 사이에도 커뮤니티가 있지만 커뮤니티에는 메이크업, 업소 품평 등 이야기만 올라왔다. 친목을 나누는 공간이라기보다 생존전략을 공유하는 공간에 더 가까웠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 이 공간(성 산업) 바깥은 어떤지. 성 판매자로서는 성 판매자가 아닌 사람들과 교류할 수 없는 건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소희 씨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을 선택한 것도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성 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는 그렇게 시작됐다. 소희 씨는 조건 만남을 하다가 남성 협박에 죽을 뻔 한 이야기, 경찰 단속에 걸릴 뻔한 이야기, 부모와 연락이 끊겨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적었다. 가볍게 시작한 페이지는 1년 만에 3000명 이상 구독하는 페이지가 됐다.

◈ "비난, 두려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세금도 안 내고 몸 파는 주제에"

"편하게 많이 벌고 싶으니까 몸 파는 거 아니냐"

'성 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에 달린 실제 댓글이다. 공개된 페이지인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간다. "성매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공감을 전한 댓글도 많았지만 비난 댓글도 많이 달렸다.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적대적인 사람들까지도 볼 수 있다는 건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는 거죠. 그중에는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소희 씨는 페이지에 올린 글을 본인 계정에 올리고 주변인 반응을 본 후 '성 판매자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구 지역 행동 네트워크' 활동가 나영,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저자 홍혜은 씨 등이 새롭게 관계를 다지게 된 친구들이다.

"홍혜은 씨와 출판도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번에 위키트리 기사 나갔을 때 사실 악플이 많이 달렸잖아요(웃음). 그게 보통 대중의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반응들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다고 생각해서 주제를 8개로 나눠 더 얘기를 추가하고 있어요"

소희 씨는 위키트리 기사에 달렸던 댓글 유형을 분석해 성매매에 대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소희 씨와 홍혜은 씨를 포함해 총 8명이 저자로 참여한다.

성매매 합법화, 자발적-비자발적 성매매, 원정 성매매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성 판매자에 대한 비난과 편견을 설명한다. "그래봤자 너흰 범죄자야", "납치당한 거면 모를까", "몸이나 파는 주제에", "더러운 XXXX" 등 댓글이 엄선(?)됐다. 9월 셋째 주 정도에 첫 원고가 공개된다.

◈ "로스쿨 입학하고 싶다"

2004년 9월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소희 씨는 "성매매 특별법을 근거로 성매매 피해자를 대상을 한 함정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7~10년 3년간 성 판매자 여성이 실제 기소된 비율은 23.2%였지만, 성 구매를 한 성매수 피의자 기소율은 17.3%에 그쳤다. 지난 2016년 8월 10일 성매매 단속을 피하려던 한 여성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소율도 성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훨씬 높아요. 하지만 성 판매자인 걸 밝히면 이차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변호사도 선임 못 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요. 벌금을 내기 위해 업소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요"

소희 씨는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현실에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희 씨는 '성 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 운영 역시 계속해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오래 무탈히 끈질기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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