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아프면 참지 마” 피임약 안전하게 먹는 방법

2017-09-06 15:00

add remove print link

B씨는 피임약 복용 첫날 가벼운 변비 증세를 겪다가 이튿날부터는 속이 메스꺼워 참을 수 없었다.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피임약은 피임 외 다른 목적으로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 3월 현대약품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3명 중 피임을 위해 피임약을 먹는 경우는 32%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47%는 "생리 날짜를 미루기 위해", 15%는 "불규칙한 생리주기 조절", 4%는 "여드름 등 피부 개선을 위해"라고 답했다.

가장 흔한 '피임 외 복용 사유'는 생리 연기다. 시험이나 휴가, 결혼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생리 날짜를 미루고 싶은 여성들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해 복용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약국 약사는 “여드름 피부를 치료하기 위해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피임약은 합성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주성분인 약으로 여성 몸속 호르몬 수치를 조절한다. 에스트로겐은 난자 형성을 막고, 프로게스테론은 형성된 난자의 배란을 막는 원리다.

피임약 속 에스트로겐은 여포(Follicle) 성숙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다(그림 ②~④번이 여포가 성숙하는 과정). 피임약 속 프로게스테론은 여포를 성숙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과 성숙한 난자가 여포에서 나오는 현상인 배란을 막는 역할이 있다(⑤번 과정)
피임약 속 에스트로겐은 여포(Follicle) 성숙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다(그림 ②~④번이 여포가 성숙하는 과정). 피임약 속 프로게스테론은 여포를 성숙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과 성숙한 난자가 여포에서 나오는 현상인 배란을 막는 역할이 있다(⑤번 과정)

피임약은 미성년자도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식약처가 지난해 5월 여성 및 청소년(여성) 등을 대상으로 사전 피임제 사용방법, 기간 및 부작용 등 피임제 사용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성은 사전피임제의 경우 33%에 불과했다.

여러 종류 피임약들
여러 종류 피임약들

약사가 알려준 대로 피임약을 복용한 B씨 역시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7월 여름 휴가와 생리 예정일이 겹친다는 걸 알게 된 B씨는 근처 약국에서 피임약을 샀다. TV 광고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약이었다. B씨는 복용 첫날 가벼운 변비 증세를 겪다가 이튿날부터는 속이 메스꺼워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드라마에서 입덧하는 여자들처럼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에 여러 번 달려갔다”고 말했다.

B씨가 복용한 피임약(같은 피임약은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 이정은 기자
B씨가 복용한 피임약(같은 피임약은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 이정은 기자

B씨는 약을 산 약국에 가서 상담을 받았지만, 약사는 일단 복용을 중지하라는 말뿐이었다. B씨는 “약을 먹은 지 한 5일째 부정 출혈처럼 피가 비치더니 결국 휴가 때 생리가 터지고 말았다. 괜히 피임약을 먹어서 더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약국에서 피임약을 사 먹고 난 뒤, 부작용이 생기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할 우려가 크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허위 정보를 거르기도 쉽지 않다.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 공보 이사 조병구(에비뉴 여성의원) 원장은 “피임약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게 가장 먼저”라고 조언했다.

조 원장과 피임약을 올바르게 먹는 방법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나눠봤다.

1.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과 사후 피임약으로 나뉜다?

틀린 말이다. 피임약 앞에 ‘사전·사후’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사전 피임약이라고 알려진 피임약은 입으로 먹는 ‘일반 피임약’이라고 해야 한다. 그냥 ‘피임약’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사후 피임약이라고 알려진 피임약은 ‘응급 피임약‘이다. 일반 피임약과 전혀 다른 기능이다. 일반 피임약은 여포 성숙과 배란을 막는 기능인데, 응급 피임약은 착상을 막는다.

특히 ‘응급’ 피임약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응급 피임약은 고용량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욱 심하다. 한 생리 주기에 1번만 먹어야 하는데, 불안하다는 이유로 그 이상 먹으면 오남용이다. 일반 피임약처럼 쉽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때문에 응급 피임약은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받도록 한다.

2. 피임약을 가장 안전하게 고르는 방법은?

무엇보다 처음 피임약을 복용한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피임약은 종류마다 합성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함량 비율이 다 다르다. 복용 목적에 따라, 신체적 특징에 따라 적합한 약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 처방을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

3. 변비, 메슥거림, 두근거림 같은 사소한 부작용이어도 약을 중지해야 할까?

변비, 메슥거림과 같은 부작용은 보통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적응된다. 복용 시간을 잠들기 전으로 하면 불편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4. 생리를 미루고 싶다면 최소 며칠 전에 복용해야 하나?

적어도 5일 전부터 약을 먹어야 한다. 문제는 예정일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생리 주기는 신체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약국에서 “예정일 며칠 전부터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 예정일이 달라져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반드시 생리를 미뤄야 한다면,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 배란 상태 등을 점검해 복용 날짜를 정해야 한다.

5. 생리를 미루려고 피임약을 먹으면 피임 효과가 없는 게 사실?

생리를 미루려고 피임약을 먹을 경우 첫 달에는 피임 효과가 없다. 피임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콘돔 등 다른 피임 기구와 함께 써야 한다. 피임약으로 피임 효과를 원한다면 21일 동안 약을 섭취하고 일주일 휴약기를 가진 뒤 다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기간에 만약 임신이 된다고 해도 태아에게 해가 될 건 없다. 피임약 자체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6. 피임약이 여드름을 없앤다는데?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생기는 여드름인 경우, 여성 호르몬 양을 늘리면 여드름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원리다. 여드름 완화가 목적이라면 약국이 아니라 반드시 피부과나 산부인과를 통해 처방을 받아야 도움이 된다.

7. 자궁·난소 건강 문제를 피임약으로 어떻게 치료하는가?

피임약은 들쑥날쑥한 호르몬을 안정적으로 나오도록 조절하는 원리다. 자궁 내막 두께를 조절해 생리통을 완화하고 생리 주기를 일정하게 한다.

8. 피임약을 먹으면 살이 찔까?

체중이 증가하는 건 맞다. 살이 찐다기보다 몸이 붓는다.

9. 피임약 부작용 중 성욕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피임약 중 프로게스테론 성분만 있는 약은 성욕을 감퇴시킬 수 있다. 현재 한국에는 그런 약이 없다.

10. 피임약을 복용할 때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란?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는 행위다. 인터넷에는 약을 홍보하는 정보와 비전문가가 늘어놓은 설명들이 많다. 누군지 모르는 인터넷 속 사람들이 추천하는 약이 본인에게는 안 맞는 약일 수도 있다. 피임약 속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함량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싶거나, 나타난 증상이 부작용인지 궁금하다면 전문의를 찾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11. 장기복용 시 주의할 점은?

기본적으로 약이라는 게 혈전증과 같은 가족력이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약을 오래 먹을 경우 간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기 때문에 약 종류와 복용 기간을 미리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흡연 여부도 피임약 복용에 영향을 끼친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