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_꿀팁_전하는_여전사, 이 여자가 암을 이기는 방법

2017-09-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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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속 좁은 신이 우리 가족을 질투해 우리 중 꼭 누군가 한 명이 아파야 하는 운명이었다면, 그게 나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5차 항암 치료를 마친 서윤희 씨가 '엄마의 이런 모습도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겠지요'라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 이하 서윤희 씨 제공
5차 항암 치료를 마친 서윤희 씨가 "엄마의 이런 모습도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겠지요"라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 이하 서윤희 씨 제공

“어떤 속 좁은 신이 우리 가족을 질투해 우리 중 꼭 누군가 한 명이 아파야 하는 운명이었다면, 그게 나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직장인 서윤희(39) 씨는 유방암 판정을 받고 일주일을 울었다. 둘째 아이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태아 걱정이 컸다. 그녀는 다짐했다. 암덩이에 굴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고.

지난 4월 21일, 서 씨는 인스타그램에 "유방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글이었다.

서 씨는 이 글에서 "웃으며 치료 잘 받아볼게요. 아프니까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네요"라고 썼다. 그녀는 왼쪽 가슴에 자리 잡은 암덩이를 두고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한 때 생긴 친구"라고 표현했다.

오늘은 조금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려합니다. ^^;; 저도 아직 이 사실을 알게된지 일주일이 채 되지않아 정신이 없습니다만.. 병은 많이 알릴수록 좋다고해서 조심스레 공개해봅니다. 저.. 유방암 판정 받았어요..????(지금 최소 2기인데, 더 정확한건 수술 받아봐야 알수있데요) 지금 제가 임신 막달이라.. 뱃속 아기와 리하가 저보다 더 걱정스럽습니다. 아마 아기를 조금 먼저 낳은 후에 암치료 들어가지않을까 싶어요. 다음주에 대학병원 진료받을꺼라 담주 돼봐야 정확한 플렌이 만들어질 듯.. 우리가족 가장 행복한 때에 암이라는 친구가 생겨서 좀 당황스럽습니다만.. 잘 달래서 보내주려구요.. 아직 어디가 특별히 아픈게 아니라서 "에이~ 내가 정말 암이라구..?" 싶다가도, 국민건강보험에서 암환자로 등록되었다는 통보문자를 받고보니 정말 실감이 나네요. 뒤돌아보니 제가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주그냥 인생이 명랑만화였는데..ㅋㅋ 지난 5~6년간 웹상으로는 말못할 일들이 참 많았어요..;; 저도 참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있습니다요. 그래도 나는 이제 강한 엄마니깐~!! 해피바이러스 전도하는 캐릭터 디자이너 비비천사니깐~!! 웃으며 치료 잘 받아볼께요. ???? 아프니까 세상이 더 아름다워보이네요. 아참. 다들, 건강검진 열심히 하세요~ 저는 원래 매년 회사에서 건강검진 철저히 했었는데, 지난 2년간 임신과 모유수유를 하느라 유방검사만 안했었거든요. 그 사이에 암이라는 친구가 슬며시~ 들어왔나봐요. 건강검진 잘하시고~ 임신과 출산은 가능하면 빨리 하시고~ 모유수유도 열심히 하세요~ㅎㅎㅎ 저는 고령출산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인 듯 해요. 인생, 뭐 있나요~ 이번주에 울꺼 다 울었으니 앞으로는 제가 웃으면서 잘 이겨내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유방암 #싸우자이기자 #최스방화이팅 #리하꽁꽁이화이팅 #엄마화이팅 #우리가족화이팅 #전화위복될꺼야 #마당꽃놀이

BIBI(@bibi1004)님의 공유 게시물님,

세찬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24일, 5차 항암치료를 마친 서 씨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회색 두건을 쓰고 있었다. ‘총총총’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걸음걸이로 카페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양쪽 눈 주변에 10여 개 주름이 잡힐 정도로 밝게 인사를 건넸다.

서윤희 씨는 SNS에서 '해피 바이러스', '긍정 여신'이라 불린다. 서 씨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은 아픈 이에게는 용기를 주고, 지친 이에게는 긍정을 전파한다.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서윤희 씨는 지난 2015년 4살 연하 최성태(36) 씨와 결혼해 다음해 첫 아이 리하 양을 출산했다. 지난 4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땐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예정일보다 2주 일찍 둘째 재하 군을 출산했다.

결혼 전엔 자칭 “업계에서 이름 좀 날리던 캐릭터 디자이너”였다. 현재는 ‘네이버 라인 플레이’ 수석디자이너 실장으로 유아휴직 중이다.

서 씨는 '복근'이 있을 정도로 몸이 탄탄했다. 가족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암은 갑자기 찾아왔다.

서윤희 씨 35세 ‘리즈시절’(왼쪽)과 첫째 임신 당시 사진
서윤희 씨 35세 ‘리즈시절’(왼쪽)과 첫째 임신 당시 사진

“신나게 일하느라 결혼과 출산이 늦어졌어요. 원래 매년 회사에서 건강검진 철저히 했었는데, 지난 2년간 임신과 모유수유를 하느라 유방 검사만 안 했었거든요. 그 사이에 암이라는 친구가 슬며시 들어왔나봐요”

서 씨는 "암이 피부와 가깝게 자리 잡아 일찍 발견된 운 좋은 케이스"라며 웃었다. "왼쪽 가슴에서 작은 멍울 같은 게 만져졌다"며 "병원에서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조직 검사를 했더니 1cm 정도의 암덩이라고..."라고 말했다.

"암 기수는 수술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데요.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돼 유방암 2기로 추정 중이에요"

현재 5차 항암 치료까지 마친 서 씨는 그동안 암 크기가 많이 줄었다며 기뻐했다. 12월 말이면 예정된 8차 항암 치료가 끝난다. 수술 날짜는 항암 치료가 끝나면 정해진다.

서 씨는 치료 과정 중 고통에 대해 “사실 항암 때문인지 아이를 낳아 아픈 건지 잘 모르겠다. 삭신이 쑤신다. 사람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유방암은 그냥 할만해 연년생 육아가 더 힘들어’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서 씨 남편 최성태 씨는 ‘사랑꾼’이다. 그는 연년생 남매 육아와 아내 병수발을 병행하고 있다.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서 하던 일도 그만두고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아내가 삭발을 할 때도 함께 삭발했다.

아이를 업고 집안일 중인 최성태 씨
아이를 업고 집안일 중인 최성태 씨

“머리 처음 밀 때 제가 너무 두려워하니까 남편이 미용실 의자에 앉더니 '내가 먼저 밀 테니 이거 보고해. 별 거 아니야'라면서 먼저 밀었어요. 그래서 더 엉엉 울었어요"

“처음에는 머리 민다고 막 울었는데 3일쯤 지나니까 너무 좋아요. 씻을 때도 금방 끝나고 미용실 갈 필요도 없어요. 저는 3일에 한 번 제가 면도기로 밀거든요. 항암 하고 몸에 털이 다 빠지니까 다른 곳 제모할 필요도 없고 너무 좋아요”

서윤희 씨가 남편과 함께 첫 삭발을 하던 날 찍은 사진이다
서윤희 씨가 남편과 함께 첫 삭발을 하던 날 찍은 사진이다

그녀가 전한 ‘항암치료 전 꿀팁’도 있다. 서 씨는 “항암 시작 전에 꼭 눈썹 문신해라"라고 강조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서 씨가 겪고 있는 항암치료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항암치료자 대부분은 구토, 탈모, 소화불량, 설사, 변비, 불면증, 건조함, 미각 실종, 면역력 저하 등 부작용을 겪는다. 수술 이후에는 2~3주간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며, 5년 간 호르몬약을 복용해야 한다.

4인 가족이 별다른 수입 없이 지내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씨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으로 항암 치료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고, 그간 모아둔 돈과 암 진단 보험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요샌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머리를 밀고 나니 많은 것들에 집착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거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더라고요. 옷장, 화장대를 '중고나라'에 팔거나 기부했어요. 옷도 진짜 많았는데 80%는 정리했고, 집도 작은 곳으로 이사 가려고요"

서 씨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제가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메시지가 많이 와요. '암 선고받았어요', '저도 항암 중인데 기운 낼게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녀는 "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환한 눈웃음을 지었다.

서윤희 씨 가족사진
서윤희 씨 가족사진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