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_꿀팁_전하는_여전사, 이 여자가 암을 이기는 방법
2017-09-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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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속 좁은 신이 우리 가족을 질투해 우리 중 꼭 누군가 한 명이 아파야 하는 운명이었다면, 그게 나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떤 속 좁은 신이 우리 가족을 질투해 우리 중 꼭 누군가 한 명이 아파야 하는 운명이었다면, 그게 나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직장인 서윤희(39) 씨는 유방암 판정을 받고 일주일을 울었다. 둘째 아이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태아 걱정이 컸다. 그녀는 다짐했다. 암덩이에 굴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고.
지난 4월 21일, 서 씨는 인스타그램에 "유방암"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글이었다.
서 씨는 이 글에서 "웃으며 치료 잘 받아볼게요. 아프니까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네요"라고 썼다. 그녀는 왼쪽 가슴에 자리 잡은 암덩이를 두고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한 때 생긴 친구"라고 표현했다.
세찬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24일, 5차 항암치료를 마친 서 씨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회색 두건을 쓰고 있었다. ‘총총총’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걸음걸이로 카페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양쪽 눈 주변에 10여 개 주름이 잡힐 정도로 밝게 인사를 건넸다.
서윤희 씨는 SNS에서 '해피 바이러스', '긍정 여신'이라 불린다. 서 씨 인스타그램 게시물들은 아픈 이에게는 용기를 주고, 지친 이에게는 긍정을 전파한다.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서윤희 씨는 지난 2015년 4살 연하 최성태(36) 씨와 결혼해 다음해 첫 아이 리하 양을 출산했다. 지난 4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땐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예정일보다 2주 일찍 둘째 재하 군을 출산했다.
결혼 전엔 자칭 “업계에서 이름 좀 날리던 캐릭터 디자이너”였다. 현재는 ‘네이버 라인 플레이’ 수석디자이너 실장으로 유아휴직 중이다.
서 씨는 '복근'이 있을 정도로 몸이 탄탄했다. 가족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암은 갑자기 찾아왔다.
“신나게 일하느라 결혼과 출산이 늦어졌어요. 원래 매년 회사에서 건강검진 철저히 했었는데, 지난 2년간 임신과 모유수유를 하느라 유방 검사만 안 했었거든요. 그 사이에 암이라는 친구가 슬며시 들어왔나봐요”
서 씨는 "암이 피부와 가깝게 자리 잡아 일찍 발견된 운 좋은 케이스"라며 웃었다. "왼쪽 가슴에서 작은 멍울 같은 게 만져졌다"며 "병원에서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조직 검사를 했더니 1cm 정도의 암덩이라고..."라고 말했다.
"암 기수는 수술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데요.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돼 유방암 2기로 추정 중이에요"
현재 5차 항암 치료까지 마친 서 씨는 그동안 암 크기가 많이 줄었다며 기뻐했다. 12월 말이면 예정된 8차 항암 치료가 끝난다. 수술 날짜는 항암 치료가 끝나면 정해진다.
서 씨는 치료 과정 중 고통에 대해 “사실 항암 때문인지 아이를 낳아 아픈 건지 잘 모르겠다. 삭신이 쑤신다. 사람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유방암은 그냥 할만해 연년생 육아가 더 힘들어’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서 씨 남편 최성태 씨는 ‘사랑꾼’이다. 그는 연년생 남매 육아와 아내 병수발을 병행하고 있다.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으면서 하던 일도 그만두고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아내가 삭발을 할 때도 함께 삭발했다.
“머리 처음 밀 때 제가 너무 두려워하니까 남편이 미용실 의자에 앉더니 '내가 먼저 밀 테니 이거 보고해. 별 거 아니야'라면서 먼저 밀었어요. 그래서 더 엉엉 울었어요"
“처음에는 머리 민다고 막 울었는데 3일쯤 지나니까 너무 좋아요. 씻을 때도 금방 끝나고 미용실 갈 필요도 없어요. 저는 3일에 한 번 제가 면도기로 밀거든요. 항암 하고 몸에 털이 다 빠지니까 다른 곳 제모할 필요도 없고 너무 좋아요”
그녀가 전한 ‘항암치료 전 꿀팁’도 있다. 서 씨는 “항암 시작 전에 꼭 눈썹 문신해라"라고 강조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서 씨가 겪고 있는 항암치료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항암치료자 대부분은 구토, 탈모, 소화불량, 설사, 변비, 불면증, 건조함, 미각 실종, 면역력 저하 등 부작용을 겪는다. 수술 이후에는 2~3주간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며, 5년 간 호르몬약을 복용해야 한다.
4인 가족이 별다른 수입 없이 지내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 씨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으로 항암 치료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고, 그간 모아둔 돈과 암 진단 보험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요샌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머리를 밀고 나니 많은 것들에 집착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거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더라고요. 옷장, 화장대를 '중고나라'에 팔거나 기부했어요. 옷도 진짜 많았는데 80%는 정리했고, 집도 작은 곳으로 이사 가려고요"
서 씨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제가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 메시지가 많이 와요. '암 선고받았어요', '저도 항암 중인데 기운 낼게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녀는 "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환한 눈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