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경찰 수사·제도 미흡 3가지

2017-09-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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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있었던 1차 폭행사건도 소홀히 취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 여중생 폭행하는 가해자들 / 이하 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폭행하는 가해자들 / 이하 연합뉴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범행동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자 측 항의를 받은 데다가 두 달 전 있었던 1차 폭행사건도 소홀히 취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이 소년범의 경우 보호관찰 대상자인지 사건 초기에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의 재범 여부나 사건 처리 긴급성 여부를 경찰이 판단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태도 불량해서"→"보복폭행" 동기 수사 부실

경찰은 이달 1일 폭행사건이 발생한 직후 범행동기를 "가해자들이 피해자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라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을 모두 수사한 상황이었음에도 가해자의 입장만 언론에 전한 것이다.

피해 여중생 학부모는 언론 보도로 경찰 수사를 접한 뒤 SNS를 통해 반발했다.

피해 학생이 지난 6월에도 A(14), B(14) 양이 포함된 여중생 5명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번 폭행은 두 달 전 폭행을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폭행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부모는 고소장 접수 이후 딸에게 가해자들이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범행 동기는 이번 사건에서 처벌 수위와 특히 연관되는 문제라 중요하다.

특가법상 '보복폭행'이 성립할 경우 경찰이 기존에 적용한 '특수 상해' 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5일 범행 동기를 다시 조사한 뒤 '보복 폭행'으로 적용 혐의를 바꿨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를 처음 수사했을 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찰이 질문하고 피해자는 '예, 아니요'로만 답변해 범행 동기 파악에 미진함이 있었다"면서 "이후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뒤 보복 폭행에 대한 진술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피투성이로 무릎 꿇은 여중생
피투성이로 무릎 꿇은 여중생

◇ "1차 사건 소홀히 취급했다" 논란

지난 6월에 있었던 1차 사건과 이번 2차 사건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같은 피해자가 같은 가해자가 포함된 무리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이후 피해자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은 경찰의 태도다.

1차 사건 때는 피해 여중생이 있는 병원에서 조사하지 않았지만, 2차 사건 때는 입원 3일 만에 찾아가 피해자 조사를 했다.

경찰은 비슷한 사건을 달리 취급한 것과 관련해 피해 여중생의 부모는 "경찰이 늑장 대응을 하다가 언론에 내용이 공개되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며 질타하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이에 대해 "부상 정도가 달라 사건을 달리 취급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1차 사건 때도 경찰은 피해자 부상이 경미해 소환조사로 충분하다 판단했고 2차 사건 초반에도 피해자 폭행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밝혀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피해자 부상 정도에 대한 초기 판단도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언론에 보도된 상황이라 신속히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경찰, 가해자들 보호관찰 중인지 몰라

경찰은 가해자들이 보호관찰 상태인 것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한 뒤 사흘 후에나 파악했다.

조사를 위해 불구속 중인 가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가 가해자들이 보호관찰 위반으로 소년원에 위탁된 사실을 안 것이다.

A양과 B양은 폭행과 절도 혐의로 지난 4월과 5월부터 각각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상태였다.

보호관찰 처분은 성인으로 치면 집행유예와 같은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성인 범죄자의 집행유예 상태는 파악할 수 있지만 소년범의 보호관찰 처분은 곧바로 파악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소년범의 관리는 법무부 산하에서 하다 보니 기관이 달라 별도의 문의 없이는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인 범죄와 달리 소년범 신고를 접수했을 때 재범 우려에 대한 판단이나 사건 취급의 긴급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여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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