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딸 방안에 3년째 격리한 70대 아버지 사연

2017-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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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A씨가 생활하던 방 / 연합뉴스
A씨가 생활하던 방 / 연합뉴스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우리 딸을 묶어야 하니 경찰이 와서 도와주세요."

지난달 21일 오전 10시께 전남 여수시의 파출소에 한 노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한 여성이 오른쪽 발목이 묶인 채 방에 있었던 것. 2평 남짓한 방은 TV도 없었고 간단한 이부자리만 깔렸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신고한 아버지(70)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방에 있던 딸 A(39)씨는 20살에 발병한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20여 년간 병원을 전전하다 최근에는 집에서만 지내왔다.

플라스틱 조각 등 이물질을 삼켜 병원에서 5차례나 수술을 받는 등 20여 년간 16개 병원을 돌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3년 전에는 경기도에 있는 병원에 겨우 입원했지만, 의료진·환자들과 다투는 사건이 발생해 결국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발견될 당시 A씨는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상태여서 수술이 시급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25일 광주의 한 병원으로 옮겼고 지난 7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여수경찰서는 A 씨의 아버지가 늙고 지병이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딸을 집에서 보호한 것으로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수보건소는 여수경찰서, 동주민센터, 전남광역정신건강자문센터, 여수소방서, 의사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어 A 씨를 돕기로 했다.

경찰과 여수시 등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A씨의 부모는 앞날이 더 걱정이다.

A 씨의 증세가 더 악화할수록 그를 받아줄 수 있는 시설이나 병원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A 씨의 어머니(63)는 "힘들지만 어떻게 하나? 그냥 못 죽고 살아왔다"며 "내 복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제발 딸이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20일 "한 달에 한 번 담당 직원이 A씨를 찾아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에 데려갔지만, 입·퇴원이 반복됐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돼 회복되고 있어서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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