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모포비아에 빠졌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화학과 교수가 한 말

2017-09-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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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포비아'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를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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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케모포비아(chemofobia)'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막연한 불안감 조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케모포비아'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를 이르는 말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KBS '공감토론'에 출연해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실험의 경우 예를 들면 측정값이 2.79인데 오차범위가 7.67"이라며 "어느 전문가가 보더라도 이상한 실험 결과"라고 말했다.

또 "측정값들이 놀라울 정도로 작다"며 "정체가 확인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의 경우 나노그램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제일 많이 나온 게 6.5μg(마이크로그램)다. 이 양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사람들이 이용하는 실내 공기에 VOCs의 허용 기준이 있다. 건강한 성인이 (허용기준 상태에서) 1분 정도 호흡을 하면 이 생리대에 들어 있다고 하는 VOCs의 한 400배 정도 흡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화학물질로 돼 있는데 화학물질이라는 말만 등장하면 대부분 다 나쁘게 인식한다"며 '화학물질'이라는 단순 표현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교수는 여성들의 생리대 착용 시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들이 호소하는 부작용은 생리대에 있는 VOCs 때문이라기보다 흡수성 좋은 생리대를 장시간 착용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일 수 있다"고 4일 주간조선에 밝혔다.

수많은 화학물질이 우리 건강에 주는 영향을 연구해온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6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한 일회용 생리대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덕희 교수는 “우리가 지금 먹고 마시고 숨 쉬고 사용하는 모든 것을 생리대 검사하는 수준으로 하면 안 나올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리대뿐 아니라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수많은 생필품이 석유를 기반으로 한 합성화학물질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유독 생리대 문제만 부각돼 그것만 해결되면 여성들의 생리불순이나 자궁 질환이 다 사라질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을 통해 노출되는 아주 낮은 농도의 화학물질에 대한 만성적 노출이 많은 질병의 핵심 원인임을 입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지금같이 수많은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이 하나씩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안전기준을 만든다고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6년 발표한 벤젠, 스티렌, 농약 등 식품에 잔류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렌은 딸기 1kg 당 1.98mg(1980ng), 버터 0.03mg(30ng) 검출됐다. 벤젠은 바나나에 0.14mg(140ng), 소고기에 0.19mg(190ng) 나왔다. 톨루엔은 오렌지에서 0.18mg(180ng), 감자칩에서 4.44mg(4440ng) 검출됐다. 견과류의 경우 스티렌 0.12mg(120ng), 톨루엔 0.52mg(520ng), 자일렌이 0.11mg(110ng)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56개사 896품목)를 대상으로 벤젠, 스티렌 등 VOCs 약 10종 검출량 조사를 8월 착수했다. 이르면 9월 말까지 검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정부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는 생리대 역학조사 필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