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으로 메뉴 통일하죠”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외쳐봤다

2017-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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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영화를 본 뒤 중국 집에서 대학생들에게 밥을 샀다.

짜장면 / 셔터스톡
짜장면 / 셔터스톡

소위 '높은 분'과 식사할 때 다른 사람의 메뉴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통 눈치가 보여 내 생각을 접고 '높은 분'이나 측근 인사가 시키는 메뉴로 통일하게 된다. 그게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밥을 먹는 '식탁'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남아았다.

국가 원수 대통령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위에서 시키는 메뉴를 그냥 먹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선뜻 말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센텀시티 내 극장에서 부산 소재 대학 영화 전공 학생들과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본 뒤 중국 집에서 대학생들에게 밥을 샀다. 이 자리에는 영화 '미씽'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 씨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생각을 잠시 말한 뒤 메뉴 결정 시간이 찾아왔다. 중국 집 직원이 다가와 "식사 주문 받을게요"라고 말했다.

소위 '대통령 측근 인사'인 도종환 장관이 "나는 짜장면"이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공효진 씨는 "그러면 통으로 짜장면 주시면..."이라고 말했다. 왠지 다른 참석자들이 짜장면 말고 짬뽕이나 탕수육을 시켜달라고 하면 눈치가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짜장면으로 메뉴가 통일되려고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디 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아니~ 아니~ 자유롭게 (시키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굴짬뽕"이라며 메뉴가 통일되려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 집 직원에게 "탕수육 같은 것도 주는 것도 있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식탁 위에는 짜장면 말고 짬뽕, 탕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올라오게 됐다. 이를 지켜보던 대학생들도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당시 식사 자리에서 '식탁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마디에 실현됐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영화 전공 대학생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 연합뉴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영화 전공 대학생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 연합뉴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