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데 오히려 여친 살해범으로 몰렸다”

2017-10-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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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공릉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양석주 씨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뒤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2년 전 '공릉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양석주 씨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뒤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일명 '공릉동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몰렸다가 최근 검찰에 정당방위로 인정받은 양석주 씨 인터뷰가 방송됐다.

이날 양 씨는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의해서 여론 살인을 당했다"고 말하며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양 씨는 "2년에 걸쳐 온갖 의혹이 있었다"며 "그냥 그대로 갔으면(죽었으면) 아무래도 피해자 대우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고 토로했다. 양 씨는 지인으로부터 '네가 범인 아니냐'는 문자 메시지도 받은 적이 있다며 "매일 울면서 술 먹었다"고 말했다.

양 씨는 "검찰은 제가 피해자 신분인 걸 안다. 그런데도 2년 동안 여론 살인 당하는 걸 알면서 (빨리) 끝내지 않고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검찰이나 경찰한테도 이런 식으로 피해자 관리하시면 안 된다고, 미국 같았으면 테러리스트 된다고 말했다"고 억울해했다.

당시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 연합뉴스
당시 공릉동 살인사건 현장 / 연합뉴스

공릉동 살인사건은 2015년 9월 24일 새벽 휴가를 나온 장 모 상병이 술에 취한 채 예비부부의 집에 침입해 예비신부 박 모 씨를 살해하고 예비신랑이었던 양 씨와 격투를 하는 과정에서 숨진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양 씨는 자고 있다가 한밤중에 여자친구의 비명이 들려 방을 나가 보니 칼을 든 한 남자와 피를 흘리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양 씨는 격투 끝에 칼을 빼앗았고 정당방위를 위해 장 상병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의심받으며 시작됐다. 그해 10월 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양 씨가 박 씨와 장 상병을 모두 살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장 상병 손에 칼로 공격할 때 생기는 상처가 없다는 점, CCTV 상에서 주민이 여자의 비명을 들은 시간과 장 상병이 주택에 침입한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사건 당시 1차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양 씨가 가해자라는 의혹에 대해 검토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흉기 손잡이와 숨진 박 씨의 손톱에서 장 상병의 DNA가 검출됐다는 점, 장 상병이 양 씨 집에 침입한 후 인근 주민이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는 사실 등을 토대로 양 씨의 행동은 정당방위라고 보았다.

그 후 사건 발생 2년 뒤인 지난 11일 검찰도 최종적으로 양 씨에 대해 살인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살인죄에 대해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가 극히 드문 데다 법적 근거가 미비해 사건을 결론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양 씨는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은둔 생활을 하며 지내는 등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의혹을 제기한 방송에 대해 양 씨는 "형사 고발, 민사 고소 둘 다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방송은 19일 현재 SBS 홈페이지 상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양 씨는 방송 직후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남겨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