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위로 날아다니는 상남자' 여기 다 모였다

2017-10-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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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경기 마지막 참가자 이준명입니다” 사회자 멘트가 나오자 환호가 쏟아졌다.

2017 한국 길거리운동 대회 '로드 오브 더 바' 프리스타일 본선 참가자들이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 위키트리 영상 캡처
2017 한국 길거리운동 대회 '로드 오브 더 바' 프리스타일 본선 참가자들이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 위키트리 영상 캡처

14일 오후 일산 킨텍스 1전시장 3홀. 앳띤 얼굴을 한 남자가 2m 높이 철봉 앞으로 다가와 섰다.

"프리스타일 경기 마지막 참가자 이준명입니다!"

사회자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참가자 10명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준명(21) 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사회자는 "이번 대회 우승자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라고 힘줘 말했다.

심사위원 3명에게 인사를 한 이 씨는 손바닥 전체에 탄산마그네슘을 바르고 뛰어 올랐다. 가수 싸이가 '새 춤'을 추던 자세로 철봉 위로 몸을 들어 올려 '팔굽혀펴기'를 2회 했다. 팔을 뒤로 뻗어 철봉을 잡고 몸을 들어올리는 방식이다.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살갗에 잔근육이 솟아올랐다.

그는 봉을 잡거나 놓거나 하면서 타잔 같은 묘기를 선보였다.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봉을 잡기도 했다. 등 뒤로 추락하듯 떨어져 360도 회전을 한 그는 공중에서 백덤블링을 하고 바닥에 착지했다. 이씨가 경기를 시작한 지 35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씨가 출전한 대회는 지난 14일과 15일 양일 간 열린 '스트리트 워크아웃' 대회 '로드 오브 더 바'다. 총 110명이 참가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중량 대결'과 '프리스타일', 두 종목으로 나눠 펼쳐졌다. 이준명 씨가 참석한 종목은 2분 동안 철봉, 평행봉, 맨몸을 활용해 자유롭게 기술을 선보이는 '프리 스타일'이다.

'스트리트 워크아웃'이라는 스포츠는 생소하게 들리지만 우리가 사실 학교 체육시간에 늘 했던 운동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길거리운동, 맨몸운동이라고 한다. 철봉, 길거리 시설물 등을 활용해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스포츠다.

2017 한국 길거리운동 대회 '로드 오브 더 바' 참가자 단체 사진 / 이하 전성규 기자
2017 한국 길거리운동 대회 '로드 오브 더 바' 참가자 단체 사진 / 이하 전성규 기자

대회 심사는 맨몸운동 유튜버 댄정, 국내 최초 '스트리트 워크아웃' 팀인 바티스트의 리더 채득렬, 아시아 턱걸이 챔피언 이재호(리쌤) 씨가 맡았다. 시간 활용, 동작의 다양성과 연결성, 동적·정적 동작 난이도, 독창성, 관객 호응 등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겼다.

정한별 한국 길거리운동팀 연합 회장은 "프리스타일 경기는 맨몸운동 동작을 응용한 퍼포먼스로 겨룬다"며 "심사는 세계 스트리트 워크아웃 협회(WSWCF)를 중심으로 열리는 대회 국제 규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14일 '프리스타일' 예선전 중 부상도 발생했다. 예선 초반 한 참가자는 팔 근육이 놀라 경기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목덜미를 봉에 거는 묘기를 선보인 또 다른 참가자는 대회가 끝나자 목 뒤가 파랗게 멍들었다.

'로드 오브 더 바' 프리스타일 예선 참가자가 철봉에서 두 손을 떼고, 목 뒤를 봉에 걸치고 있다
'로드 오브 더 바' 프리스타일 예선 참가자가 철봉에서 두 손을 떼고, 목 뒤를 봉에 걸치고 있다
왼쪽부터 '로드 오브 더 바' 심사위원 댄정, 채득렬, 이재호 씨
왼쪽부터 '로드 오브 더 바' 심사위원 댄정, 채득렬, 이재호 씨

이준명 씨는 대회 전부터 프리스타일 유력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길거리운동팀 '바킹즈' 소속이다. 예선 현장에서 이 씨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쉽다. 프리스타일 경기는 기존에 하던 동작들을 다듬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을 펴고 몸을 바닥과 수평으로 유지하는 '플란체' 동작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이준명 씨는 예상대로 프리스타일 1위에 올랐다. 일본에 사는 신민기(38) 씨는 은메달을 땄다. 동메달은 민첩한 동작을 구사해 눈길을 끈 바티스트 소속 정재은(25) 씨가 차지했다.

이준명 씨는 '헤페스토'와 '스윙 540도' 기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헤페스토'는 봉에 매달린 상태에서 몸을 뒤로 한 바퀴 구르고 팔을 굽혀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스윙 540도'는 봉에서 손을 때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돌고 다시 봉을 잡는 기술이다 / 이하 유튜브, WIKITREE - 위키트리
신민기 씨는 철봉에 매달려 수평으로 버티는 '프론트레버'와, 같은 동작을 한 팔로 버티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재은 씨는 철봉에서 철봉으로 이동할 때 몸을 공중에서 회전해 반대쪽 철봉을 잡는 '스윙게이너 러쉬' 기술을 선보였다. 그는 한 다리를 봉에 걸고 몸을 회전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참가자다.

정한별 회장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대회가 아니었다. 철봉 협찬, 장소 대여를 제외하고 모든 비용은 참가비로 충당했다. '스트리트 워크아웃'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이룬 의미 있는 대회"라고 평했다.

이번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9개 길거리운동팀들이 힘을 뭉쳤다. 전반적인 운영과 기획은 서울 대표팀 바버그즈(BarbugZ)가 했다. 바버그즈는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샘터근린공원에 국내 최초 '스트리트 워크아웃 파크' 철봉공원을 조성했다.

한국 길거리운동팀 연합은 이 철봉 공원에서 매년 네 차례 '스트리트 워크아웃'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