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언제까지 히딩크 그리워할 것인가, 우리 지도자 키우자”

2017-11-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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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 공식석상에서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했다.

차범근 전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IN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차범근 전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IN 코리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비틀거리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붐'의 무대로 친숙한 독일 분데스리가가 한국의 축구 팬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분데스리가는 세계 각국을 돌며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일부터 4일까지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 인 코리아'를 개최한다.

일정의 시작을 알리고 이번 행사의 취지와 의미를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이 2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 한국인 분데스리가 레전드 홍보대사인 차범근 전 감독이 함께했다. 오랜만에 선 공식석상에서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했다.

차 전 감독은 "요새는 '축구선수 차범근'이라고 하기가 민망한 때다. 많은 이들이 한국 축구를 안타까워하는 현실 앞에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면목이 없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은 건강한 분데스리가의 위상을 알리고 세계 축구의 실질적 리더로서 독일 축구가 쌓은 에너지를 도약하는 단계의 국가들에게 전수하고 세계 축구발전에 기여하고자 '분데스리가 레전드'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면서 "그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많은 팬들이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분데스리가와의 직접적이고 친밀한 교류가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레전드 차범근은 다시 한국 축구의 문제점으로 되돌아와 긴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이제 아시아의 최강이던 과거의 위상은 사라졌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먼저 "중국 축구는 엄청난 힘으로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 어마어마한 투자는, 사실 한국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적 자원을 통해 꾀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오래 전부터 선진 시스템을 배우고 일본화하는 것에 노력했다. 그래서 40년 전부터 어린이 축구 교실을 시작했고 미래의 선수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시스템은 이제 안정화 단계에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일본처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진심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람들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있다. 우리는 주변 나라들과 다른 특별한 기질이 있다. 굽히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강인함인데, 우리가 타고난 그 기질은 축구를 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한 뒤 "이는 독일 사람들의 씩씩한 투쟁심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난 늘 독일 축구가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차 전 감독은 "한국 축구는 지금 매우 어렵고 위기다.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이들은 줄어들고 팬들 역시 한국 축구로부터 관심을 접고 있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상황은 그리 좋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한국 축구는 현실로 돌아와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노력해야 하고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실행할 것이다. 우리도 변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출발을 차범근 전 감독은 '지도자 교육'으로 꼽았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의 결단과 독일프로축구연맹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우리에게도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지도자가 많다. 그들이 공부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 세계 축구와 함께 성장하도록 키워야 한다. 언제까지 히딩크를 그리워하고 외국인 지도자가 와야 한다 말할 것인가"라고 한 뒤 "당장 우수한 지도자를 육성하고 배출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지금의 우수한 지도자들에게 기회는 주어야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그는 "초중고등연맹 등 두루 축구계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것과 조율한 뒤 대한축구협회와 독일프로축구연맹에 도움을 구할 것이다. KFA의 의지와 DFL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래서 차붐과 손흥민을 능가하는 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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