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이 한화 셋째아들 질책한 이유는…특검·삼성 법정공방

2017-11-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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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승마선수인 김동선씨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질책을 들었던 일화가 돌발 쟁점으로 다뤄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승마선수인 김동선씨(왼쪽)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오른쪽)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승마선수인 김동선씨(왼쪽)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오른쪽)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송진원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승마선수인 김동선씨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나 질책을 들었던 일화가 돌발 쟁점으로 다뤄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일화를 박 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만 지원을 집중한 정황이라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김씨의 면담 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특검팀은 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딴 김동선씨가 지원을 요청하려고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 전 사장을 만나러 간 경위와 면담 분위기 등이 조서에 담겨 있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전 전무는 "김동선씨가 박 전 사장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며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는데도 지원을 잘 해주지 않아 서운했었다는 점을 문자로 보냈다"고 말했다.

김동선씨와 박 전 사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2015년 4월 김씨가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을 대표해 박 전 사장에게 지원 금액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면담을 했지만, 질책을 당했다고 소개했다.

김 전 전무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로 가니 이미 김동선씨가 면담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며 "무슨 일인지 묻자 (박 전 사장이) 선수가 협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을 기분 나빠하면서 '건방진 놈'이라며 험한 욕을 해서 지원 문제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동선씨의 올림픽 진출은 승마 종목에서 8년 만에 있는 일로 승마협회 입장에서는 경사였고, 우리나라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일이 승마협회의 가장 큰 일이었다는 설명도 했다.

김 전 전무는 "결국 김씨의 입장에서 쾌거를 이뤘지만, 박 전 사장이나 승마협회가 지원을 소홀히 하자 불만을 가졌느냐"고 특검팀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이 비인기 종목인 승마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지원을 요구받고 김씨를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김씨는 지원하지 않고 정유라씨에 대해 아주 많은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김씨의 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승마협회가 올림픽 지원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그날 박 전 사장이 김씨에게 굉장히 화를 낸 것은 맞지만, 이는 김씨의 안하무인격 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전 전무가 김동선씨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을 지적하며 "박 전 사장은 김동선씨의 아버지뻘인데 반말을 쓰고 있다"며 "김씨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박 전 사장이 참지 못하고 심하게 나무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삼성이 회장사가 된 뒤 김동선씨 등에 대해 5천만원 지원이 집행됐다"며 "김동선씨의 요구는 이 5천만원 외에 추가적 지원요구였다. 하지만 이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서 지원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이 말하는 게 승마협회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삼성에서 김동선씨를 지원했어야 한다는 취지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내 굴지 기업의 3남인 그를 만약 삼성이 지원했다면 오히려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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