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경찰관 자녀들에게 장학금 주고 있는 로또 당첨자

2017-11-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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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경찰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박모 경사는 로또 추첨번호를 확인한 후 두 눈을 의심했다.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해 미국에서 로또에 당첨된 남성이 마을을 위해 소방서를 지었다는 소식이 세계에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준 바 있다.

국내에서도 로또 당첨금이 13년째 경찰관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돼 귀감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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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12일 춘천경찰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박모 경사는 로또 추첨번호를 확인한 후 두 눈을 의심했다.

자신이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된 것이다.

407억원의 당첨금을 두고 뜻있은 일에 나누기로 한 그는 2년 뒤 10억원을 춘천경찰서 희망장학회에 쾌척했다.

희망장학회는 1992년 서울에서 고학 중이던 춘천서 소속 경찰관 자녀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지자 당시 서장이었던 전수산 현 희망장학회 이사장과 이사 10명이 어려운 처지의 경찰관 자녀를 돕겠다며 사비 7천800만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박 경사의 기부를 통해 전국 경찰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발돋움했다.

이후에도 장학회 이사들과 역대 서장 및 경찰 가족들의 기부를 통해 6일까지 장학금 24억원 이상이 쌓였다.

이날 오전에도 김이범 그랜드연합의원 원장이 5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재단을 향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까지 25차례에 걸쳐 경찰관 자녀 등 2천194명에게 10억7천870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갔다.

박 경사는 희망장학회 외에도 불우이웃돕기에 20억원, 춘천 시내 초등학교에 2억원을 전달하는 등 곳곳에 기부를 이어갔다.

전수산 이사장은 "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적립금 3억여원으로 힘들게 장학회를 이끌면서 부하들에게 '로또나 좀 사라'고 했던 말이 복으로 돌아왔다"며 "박 경사의 귀한 기부를 통해 재단이 탄탄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실하고 우직한 부하였으며, 제복을 벗은 뒤에도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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