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만족으로 힐링해요“...'명품 하울'을 보는 사람들

2017-11-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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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스타 하울 영상 가운데 유명한 ‘구찌 하울’은 45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에 이르는 제품을 구매해 보여주는 ‘명품 하울 영상’이 인기다.

‘하울’(Haul) 이란 구매 제품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과정 등을 담은 ‘쇼핑 후기’를 통칭한다. 주로 뷰티, 패션 유튜버들이 다루는 콘텐츠다. '명품 하울'은 말 그대로 명품 구매 후기다.

뷰티 유튜버 레나가 지난달 올린 ‘명품 하울’ 영상은 15일 기준 200만뷰를 넘었다. 댓글은 1만개가 넘게 달렸다. 레나가 같은 시기에 올린 메이크업 영상이 40만뷰에서 60만뷰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명품 하울 영상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다.

유튜브, Lena's Pocket Beauty

영상에는 레나가 구입한 명품 제품을 개봉하는 모습이 담겼다. 구찌, 펜디, 지방시 등 명품 제품을 쇼핑백부터 차근차근 보여준다.

1만개가 넘는 댓글 가운데 “대리 만족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현실적으로 사기 힘든 고가 제품 개봉 과정을 보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유튜브 이용자 hieh****는 “100만원이 넘는 명품 티셔츠를 살 생각도 없고 살 형편도 안 된다”며 “내가 못 사는 대신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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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미현(28)씨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직장인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사는 건 쉽지 않다”며 “명품 ‘하울’ 영상을 보면 쇼핑백부터 시작해서 제품을 개봉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내가 물건을 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유튜브 이용자 umi****는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한 번 쇼핑하는데 수백만원을 쓴다는 걸까. 영상 보고 나니 내 현실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명품 하울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도 ‘상대적 박탈감’ 부분을 조심스러워 한다. 레나는 영상에서 “거대한 쇼핑 하울은 예전부터 찍고 싶었다. 근데 혹시나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고 욕 먹을 수도 있고 해서. 안 찍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찍어봤다”고 했다. 그는 “왜냐하면 이런 영상들도 굉장히 좋아해주시고, 대리만족 된다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찍어봤다”고 덧붙였다.

유튜버 한별도 마찬가지다. 한별은 지난 10일 유튜브에 명품 하울 영상을 올리며 “제 의도와는 다르게 명품 경쟁 콘텐츠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영상은 제가 산 제품을 자랑하는 것이지, 돈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리만족하고 힐링하는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별은 이 영상에서 1570만원어치 명품 제품을 개봉한다. 영상은 업로드 5일만에 69만뷰를 넘어섰다. 댓글도 4000개 넘게 달렸다.

유튜브, Hanbyul 한별

어떤 구독자들은 ‘명품 하울 영상’이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고 말한다.

직장인 이모(26)씨는 “명품을 실제로 구입하기 전에 명품 하울 영상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명품을 사기 전에 유튜버가 구입한 제품 후기를 보는 것이 효율적인 쇼핑에 도움이 된다”며 “영상으로 가방 안 쪽을 보여 준다거나 옷의 안감을 보여주는 등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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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하울 영상은 미국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제프리 스타(Jeffree Star)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하나의 콘텐츠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하울 영상이 존재했지만, 트렌드로 만든 건 제프리 스타의 공이 크다. 13일 기준 제프리스타는 500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프리 스타 하울 영상 가운데 ‘구찌 하울’은 45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jeffreestar

정신과전문의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사람들이 명품 하울 영상을 보는 건 심리적, 정보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명품 하울 영상이 되레 욕망을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모든 물건은 처음 소유할 때 기쁜 것이지 질리도록 보면 사고 싶어지지 않는다. 영상으로 보면서 욕망을 절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댓글 의견이 상반된 건 부러움과 따라잡고 싶은 감정은 같이 가기 때문”이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라는 의견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해당 유튜버에 대한 호감도도 명품 하울 영상을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