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욕하는 댓글...” 포항 고3들 심경

2017-11-17 13:30

add remove print link

“왜 수능 연기가 포항 학생들 때문인 것처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피해자인데...”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포항에 거주하는 고3 수험생들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겨레신문은 포항에 거주하는 고3 수험생들 상황을 17일 보도했다. 매체와 인터뷰를 나눈 포항여고 3학년 정유정(18) 양은 지진으로 집안이 엉망이 되어버려 가족들과 텃밭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유정 양은 오는 23일 수능 시험을 봐야 하지만 공부를 하는 대신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옥성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때문에 수능 연기 욕하는 댓글 보고 슬펐어요”

정유정 양은 "어차피 공부도 잘 되지 않고 이곳에 와보니 주민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서 오늘(16일)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양은 "인터넷에서 우리들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다고 욕하는 글들이 있어 슬펐다"고 전했다.

고3 정혜미(18·가명)양은 "SNS를 보면 수능이 연기됐다며 우리를 욕하는 글들이 보여 더 슬프다"라며 "지진이 난 것이 우리 잘못도 아니고 천재지변인데, 왜 수능 연기가 포항 학생들 때문인 것처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피해자인데..."라고 말했다. 매체는 정혜미 양이 울먹였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포항 수험생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매체는 (포항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수험생들이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수능 연기'에 대한 비난까지 듣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 고3의 눈물 "우리가 지진 냈나, 왜 욕을"
포항 A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성호(가명) 군은 매체에 "인터넷을 보니 '포항 사람들 이기적이다', '공부 못하는 애들 때문에 몇십만 명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 이런 댓글이 달려있더라"고 말했다. 정성호 군은 "계속 여진이 일어나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 친구들도 많은 데다가, 시험 치는 고사장이 다 금이 가고 벽돌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포항만 욕할 수 있나?"고 토로했다.

포항 D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구영진(가명) 군은 매체에 "하루라도 빨리 수능에서 해방되고 싶은 건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저희가 지진낸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지역을 욕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제발 비방을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수험생 안전을 이유로 16일 치러질 수능을 23일로 연기했다. 재난 피해로 인해 수능이 사전 예고 없이 연기된 경우는 이번이 최초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