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안전을 지켜주세요” 사망한 특성화고생 추모 촛불 집회 현장

2017-11-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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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열아홉 살 실습생의 죽음은 곧 우리 특성화고등학생의 죽음과 같다”

20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이날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생 이모(19) 군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 이하 박혜연 기자
20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이날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생 이모(19) 군을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 이하 박혜연 기자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교 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오늘(20일) 저녁 추모 집회가 열렸다.

제주시 한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생인 고 이모(19) 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기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군은 의식불명에 빠졌고 지난 19일 숨을 거뒀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이하 특성화고 연합회)는 20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고 이 군을 추모하며 특성화고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성명을 냈다.

특성화고 연합회는 이날 추모 집회 성명에서 "제주 열아홉 살 실습생을 추모하며 안전한 현장 실습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된 열아홉 살 실습생의 죽음은 곧 우리 특성화고등학생의 죽음과 같다"며 "해당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현장 실습생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특성화고 연합회는 향후 활동에 대해 "실습생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안전하지 못한 현장, 부당한 실습에 내몰린 실습생의 제보를 받아 해결해 나가겠다.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성화고 연합회는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과 현장실습생 수천 수만의 이름으로 추모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과 특성화고 연합회 멘토로 참여하는 활동가를 포함해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고 이 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시작하자 침통한 표정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추운 날씨에 허연 입김이 연신 나왔지만, 노란 피켓과 하얀 국화꽃송이를 든 손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날 교복 차림으로 집회에 참석한 인평자동차정보고등학교 2학년 한승준(17) 군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이 아직도 단순히 노동을 제공하는 대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승준 군은 "학생들은 노동을 하며 꿈을 키우는 존재"라며 "현장 실습을 마냥 줄이기보단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성화고 연합회 멘토로 참여한 김종민(31) 씨는 "구의역 김 군 사고와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죽음처럼 특성화고 학생들의 고통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이걸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씨는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교육받으면서 첫 직장인으로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이 현장이) 가치 있고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특성화고 연합회 멘토이자 추진위원장 이상현(35) 씨는 "지난해 6만여 명 정도 학생이 현장 실습을 했다. 그 6만여 명 학생들이 위험한 환경에 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연합회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김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7월 만들어진 단체다. 특성화고 학생과 현장실습생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정식 창립대회를 열었다.

현장실습 도중 숨진 故 이민호님. 19살 제주 실습생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 왜 실습생의 안전과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합니까? 오늘 제주 실습생을 추모하는 촛불을 듭니다. 함께 해주세요...

Ssra - 특성화고 권리 연합회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11월 19일 일요일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