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식부터 싱글웨딩·비혼반지까지” 비혼 선언하는 청년들

2017-11-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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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풍속도 등장하고 있다.

최수희 씨 제공
최수희 씨 제공

C/S 강사 최수희(40) 씨는 지난 9월 지인들을 초청해 웨딩홀에서 비혼식을 열었다. 최수희 씨는 "나이를 먹을수록 꼭 결혼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선 '나이 먹었으니 그냥 대충 가라'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결혼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더 늙기 전에 웨딩드레스도 입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비혼식을) 하게 됐다"고 했다.

비혼은 혼인 상태가 아닌 상태를 뜻한다. 미혼이 '결혼해야 하는데 아직 안 한 것'이라면, 비혼(非婚)은 '굳이 할 결혼할 계획이 없음'을 나타내는 자발적인 상태로 볼 수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혼인 건수는 28만 1600건으로 전년에 비해 2만 1200건 감소했다. 지난 1974년 25만 9100건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SNS상에서 '비혼' 언급량은 2011년 2000여건 수준에서 2015년 2만 2035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3만 건을 돌파했다. 결혼은 점점 덜 하고, 비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비혼식'은 비혼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최수희 씨는 비혼식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파티"라고 표현했다. 그는 "결혼 자체를 거부하고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굳이 억지로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결혼에 연연하지 않고 내 인생에 좀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리고 축하받고 싶었다"고 했다.

◈"나를 위한 파티" 비혼식부터 싱글웨딩, 비혼반지까지

비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풍속도 등장하고 있다. '비혼식'과 '싱글웨딩'이다. 비혼식에선 친구나 지인들을 초대해 그동안 줬던 축의금이나 선물을 돌려받는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
tvN '현장토크쇼 택시'

'싱글웨딩'은 말 그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뒤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한다. 싱글 웨딩은 비혼 선언이라기보단,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어본다는 의미가 강하다.

웨딩업체 '랄라스냅' 송효주 대표는 "비혼식부터 해외 싱글웨딩까지 촬영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주로 2030 여성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업체는 "특히 29살 여성들의 예약률이 가장 높다. 아무래도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싱글웨딩'과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최근엔 '비혼반지'도 등장했다. 직장인 심모(여·32) 씨는 "결혼반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제 나름대로 비혼을 기념하고 싶어서 마련했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비혼식이나 싱글웨딩을 여는 대신, 자신의 SNS로 비혼 선언을 하는 이들도 많다. 대학생 김모(여·24) 씨는 "SNS로 비혼 의사를 밝혔다. 딱히 비장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비혼선언을 했다고 밝힌 대학생 김모(여·20) 씨도 "SNS에서 비혼식이나 싱글웨딩에 대한 글을 많이 접했다"고 말했다.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결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서 '선택 사항'으로

최근 통계청이 13세 이상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0년 64.7%에서 2016년 51.9%로 떨어졌다. 이와는 달리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비혼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결혼을 '의무사항'으로 봤지만 지금은 '선택사항'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출산과 양육 등 가족적 책임보다는 직업, 취미 등 개인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성향이 비혼문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했다.

여자친구와 4년 넘게 연애 중인 '비혼주의자' 오모(남·35) 씨는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혼을 결심한 이유로는 "딱히 특정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결혼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고, 지금 삶에 만족해서 굳이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인 장소은(여·29) 씨도 "혼자여도 노후대비만 철저히 한다면 비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제 2의 직업 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비혼 성향이 연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오 씨는 "상대 역시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잘 만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소은 씨 역시 "연애 초반부터 '나 결혼할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빨리 정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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