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vs“안된다”…포항지진 피해주택 갈등

2017-11-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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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까지 주택 피해는 2만1천880건

지진에 뼈대만 드러난 건물 기둥/이하 연합뉴스
지진에 뼈대만 드러난 건물 기둥/이하 연합뉴스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최수호 기자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북구 원룸 등 주택에 큰 피해가 나자 세입자는 계약 기간 전이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희망하고 있으나 집주인은 보증금 반환에 난색을 보인다.

더구나 1층에 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건물을 얹어 지진에 취약한 구조로 이번에 힘없이 부서진 필로티 형태 원룸 등 세입자는 건물이 크게 파손되지 않았거나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불안감에 못 이겨 하루라도 빨리 터전을 옮겼으면 한다.

25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까지 주택 피해는 2만1천880건이고 이 가운데 전파가 280건, 반파 1천216건, 소파 2만384건에 이른다.

시가 지금까지 피해 건물에 안전점검을 한 결과 위험 26건, 사용제한 56건, 사용 가능 1천259건으로 나왔다.

시는 앞으로 민간 건축·구조 관련 전문가와 점검을 계속하고 위험 판정을 한 건물에는 추가로 정밀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이처럼 주택 피해가 집중 발생하자 부서지거나 균열이 생긴 집에 세 들어 사는 이들과 피해가 많이 난 북구 필로티 구조인 원룸 세입자는 건물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생활한다.

북구 양덕동 필로티 구조 건물에 사는 김모(60)씨는 "필로티 건물이 피해가 크다고 들어 여진이 올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불안하다"며 "집 주인에게 연락해 혹시 전세금 8천만원을 받고 나갈 수 있는지 물었는데 주인이 안전진단 등 추이를 지켜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답답해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가고 나면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어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거나 붕괴위험이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세입자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법률구조공단이 이재민 대피소에 설치한 법률지원 창구에도 이 같은 임대차 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계약 기간이 남은 세입자가 당장 보증금을 받아 나갈 수 있는지, 대피소에 있는데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지, 계약금만 지급하고 입주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파기를 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한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임대인은 세입자 정상 생활과 안전 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세입자 잘못으로 집이 파손된 것이 아니므로 안전진단결과 주거가 불가능하다고 나올 때는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며 "무너질 정도나 위험한 수준이 아니나 파손이 심하면 주인이 수선을 해줘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또 세입자와 주인 사이 원만한 조정이나 합의를 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북구 장량동 한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사무소를 통해 계약한 세입자가 가운데 계약 기간 전 해지가 가능한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파손이 심하면 모르겠으나 안전진단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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