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국민청원 답변에 청와대 참모들 남모를 '심적 부담'

2017-12-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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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민청원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최근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국민청원을 보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해당 청원이 채택되면 본인이 청와대 공식 입장을 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청원 역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민감한 주제였다. 해당 청원은 7일 현재 답변 기준인 청원 동참자 수 2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6일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답변을 준비하기까지 머리도 많이 아프셨죠?'라는 질문을 받은 조국 민정수석 표정 변화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6일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답변을 준비하기까지 머리도 많이 아프셨죠?"라는 질문을 받은 조국 민정수석 표정 변화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는 지난 6일 페이스북 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조두순 출소 반대·주취감형 폐지 청원 국민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청와대를 대표해 나온 답변자는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방송 진행자인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오늘 이 답변을 준비하기까지 머리도 많이 아프셨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국 수석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상당히 심각한 주제이고 예민한 주제입니다. 근데 이번 것 말고도 20만 넘은 청원 주제가 법 관련 주제다 보니까 제가 연속으로 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조 수석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심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소년법 개정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왼쪽),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오른쪽)은 진행을 맡았다
지난 9월 소년법 개정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왼쪽),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오른쪽)은 진행을 맡았다

현재까지 국민청원 답변 자리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다. 윤 수석과 고 부대변인은 진행자 자격으로 출연했다.

최다 출연자는 조국 민정수석이다. 조 수석은 소년법 개정 청원, 낙태죄 반대 청원, 조두순 출소 반대·주취감형 폐지 청원 등 현재까지 이뤄진 3차례 국민청원 답변 자리에 모두 나왔다.

조국 수석은 지난달 26일 청와대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측은 조 수석이 프란치스코 교황 발언을 왜곡해 인용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조 수석은 지난달 29일 천주교 측을 찾아가 교황 발언 인용 부분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했다.

지난 6일 청와대를 견학하는 어린이, 어르신들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
지난 6일 청와대를 견학하는 어린이, 어르신들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민청원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든 참여 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은 성의있게 답변해 달라"며 "기준보다 참여 인원이 적어도 관련 조치가 이뤄지면 이를 성실하고 상세하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은 정치, 사회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개혁, 연예인 문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심적 부담'을 호소하지만, 국민 요구에 청와대가 직접 답변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소통 문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