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왜 자기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조각가를 질투했을까?

2017-12-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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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하고 거만한 성격 때문에 다른 예술가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던 파블로 피카소.

20세기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는 교활하고 거만한 성격으로 다른 예술가들을 무시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인정하는 예술가는 단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앙리 마티스(Henry Matisse·1869~1954)고, 다른 한 명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1901~1966)라는 젊은 조각가였다.

피카소는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자코메티와 빈번하게 교류하고 그에게 항상 비평을 듣고 싶어하면서도, 뒤에서는 은근히 비하하며 질투를 숨기지 않았다.

피카소는 자코메티가 1932년 5월 갤러리 피에르 콜(Pierre Colle)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을 때 첫 관람객 중 한 명이었다.

자코메티는 며칠 후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카소는 전시된 내 작품을 보고 아이처럼 ‘아주 좋아’라며 감탄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피카소는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을 스스로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고 썼다.

피카소가 말년에 자신의 부를 즐기며 점차 상업화되는 사이 자코메티는 8평짜리 작업실에 틀어박혀 묵묵히 작업에만 열중했다. 작품 속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피카소와 달리, 자코메티는 인간과 예술의 본질을 추구했다.

피카소(왼쪽)과 자코메티(오른쪽) / 피카소 미술관 홈페이지(왼쪽),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오른쪽) 제공
피카소(왼쪽)과 자코메티(오른쪽) / 피카소 미술관 홈페이지(왼쪽),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오른쪽) 제공

문화평론가 라라 파이걸(Lara Feigel)은 지난 4월 영국 매체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피카소와 자코메티가 친한 사이였지만 서로의 작품에 대해 꽤 불편하게 여겼다고 썼다.

피카소는 자코메티를 작품 범위가 좁고 끊임없이 되풀이한다며 조롱했다. 반면 자코메티는 피카소가 단순한 장식품을 만들어 낼 뿐 근본적인 진리 탐구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자코메티는 “나는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며 “예술은 현실을 보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피카소는 종종 자코메티 작업실에 불쑥 나타나곤 했다. 피카소는 작업실에 있는 작품을 가리키며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최고!”라고 치켜세웠는데, 항상 반 정도 완성했거나 거의 파괴된 최악의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에 대해 자코메티는 화를 내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은 미술품 딜러 제르보스가 자코메티 작업실에 한 미술품 수집가를 데리고 와서 일부러 피카소에게 추천을 요청했다. 제르보스는 “피카소, 저 작품이 매우 훌륭한 것 같아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제르보스는 피카소 명성을 이용해 두 사람이 서로를 칭찬하게 하고 작품이 판매되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피카소는 모른 척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황한 제르보스가 서너 번 재차 추천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피카소는 그냥 조용히 앉아있기만 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 코바나컨텐츠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 코바나컨텐츠 제공

피카소가 질투했던 자코메티의 작품들이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오는 21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 1억 423억 달러를 기록했던 자코메티 작품 ‘걸어가는 사람 Ⅰ’의 석고 원본상이 온다. 그 이전까지 최고가였던 작품은 2004년 1억 416달러에 팔린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그림이었다.

이번 한국특별전에는 1950년대 이후 자코메티 후기 걸작들이 주로 들어올 예정이다. 전시 한 쪽에는 피카소 특별관도 마련돼 피카소와 자코메티 사이 뒷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0일까지 인터파크와 티켓몬스터에서 최대 25%까지 할인하는 얼리버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얼리버드 티켓은 내년 1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