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 중국 경호원에 맞고 있는데, 청와대 경호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2017-1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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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1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국 기자를 폭행하고 있는 중국 경호요원들 / 이하 뉴스1(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한국 기자를 폭행하고 있는 중국 경호요원들 / 이하 뉴스1(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14일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한국 언론사 기자가 중국 경호요원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우리 측 청와대 경호요원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한국 기자는 중국 경호요원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속수무책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청와대 경호처가 대통령을 경호하는 게 가장 우선이지만, 국빈방문 수행단에 포함된 취재진에 대한 안전보장은 전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A기자는 "한국 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를 당하는데도 우리 측 경호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A기자에 따르면 사건을 목격한 청와대 춘추관 관계자가 도움을 요청하며 "우리 경호 어딨어? 경호"라고 외쳤지만, 청와대 경호요원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사건이 종료된 이후 뒤늦게 현장을 찾아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청와대 경호요원들은 행사장을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기자는 당시 상황을 기록해 사건 직후 동료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했다.

중국에서 벌어진 한국 기자 폭행사건 현장
중국에서 벌어진 한국 기자 폭행사건 현장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은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 CNCC(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장에서 벌어졌다.

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청와대 경호요원과 함께 '한중 스타트업 기업 부스'로 향하자, 중국 경호요원들이 한국 기자들을 제지했다.

중국 경호요원들은 이 과정에서 B언론사 기자 멱살을 잡고 뒤로 넘어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C언론사 기자는 끌고 나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중국 경호요원 여러 명이 C언론사 기자를 둘러싸고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1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우리 측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데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중국 정부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국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있던 폭행 사건에 대한 (규명)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사를 표현하고 공식적 수사의뢰를 피해자가 진단서 등과 함께 요청해야 한다"며 "오늘 피해를 입은 두 기자가 그 의사를 밝혔다. 내일(15일)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폭행을 가한 경호요원은 코트라(KOTRA)가 계약한 보안업체 경비원으로 전해졌다. 다만 코트라는 비용을 지불할 뿐 이번 행사에 투입한 보안업체를 지정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중국 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