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작극이었는데...” 번개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불러온 사고

2017-12-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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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번개탄을 피워도 다섯 시간 안에만 구하면 문제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일을 저질렀다.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번개탄으로 자작극을 벌이려다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3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차 안에 의식을 잃은 남성과 번개탄이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차 안에서 발견된 A(19)씨는 이미 숨졌다. 경찰은 신고자 B(20)씨와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 C(20)씨를 조사한 결과 "원래 A씨가 '자살 자작극'을 벌이려고 했다"는 진술을 들었다.

도박에 빠져 수천만 원 빚을 진 A씨는 돈을 빌린 친구 C씨와 공모해 자살을 시도하는 척하려고 했다. 자살시도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약해진 부모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C씨는 "(평소 친했던) 내가 신고하면 부모가 의심할 수 있으니 경찰 신고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자"며 자기 친구 B씨도 일에 끌어들였다.

A씨는 '번개탄을 피워도 다섯 시간 안에만 구하면 문제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B씨와 C씨에게 "서너 시간 뒤 경찰과 부모에게 연락해달라"고 한 뒤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수면제를 먹었다. B씨와 C씨가 다시 찾아갔을 땐 A씨가 숨진 이후였다.

검찰은 B씨와 C씨에 대해 "금전을 목적으로 그릇된 자작극을 도운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지난 14일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울 경우 빠르면 10여 분 만에 질식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번개탄으로 인한 가스중독 사망은 최근 10년 간 꾸준히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번개탄을 생산하는 업체 대명차콜은 포장지에 '생명을 소중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자살예방상담번호 1577-0199를 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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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번개탄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품질 개선을 통해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춰 치명도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홍콩에서는 정부가 슈퍼마켓에 번개탄을 진열하지 않고 점원이 직접 보관함에서 찾아 주도록 구매 방법을 변경했더니 번개탄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4월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형 번개탄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쳤고 시제품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고통없이 갈 수 있다'는 인식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번개탄으로 목숨을 끊으려다 살아남은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치매나 파킨슨병 등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산소증으로 인한 운동기능 상실은 물론 뇌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