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쓸신잡·11시50분 라이브... ‘언론과 기자’ 거치지 않는 청와대 새 소통법

2017-12-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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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청와대가 '언론과 기자'를 거치지 않는 직접 소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자체 제작한 페이스북 라이브와 영상 프로그램으로도 '청와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언론과 기자'를 거치지 않는 직접 소통법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칭찬 일색"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과 "기자들이 이런 일을 자초했다"며 당위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SNS에서 맞붙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자체 영상 프로그램 '청쓸신잡'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관한 쓸데없는 신비로운 잡학사전'의 약자다.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을 패러디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비하인드 스토리를 '딱딱하지 않게' 전하겠다는 게 방송 취지다.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출연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일종의 '청와대 홍보 영상'이지만 SNS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22일 오전 페이스북 기준 '청쓸신잡' 영상 조회 수는 3만 5000여 회, 좋아요는 1500여 개 수준이다. '청쓸신잡'은 모두 2편만 제작되지만 일부 SNS 이용자는 "정규 편성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자체 영상 프로그램 '청쓸신잡'.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출연했다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 자체 영상 프로그램 '청쓸신잡'.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출연했다 /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청쓸신잡'을 기획한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들에게 "콘텐츠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 속에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있다"며 "전례 없던 일이지만 소통 잘 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 상상하고 고민한다는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통 잘 하는 방안"이라며 청와대가 자체 제작한 '청쓸신잡'을 두고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청쓸신잡'에 대해 한 언론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예능 정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만물상] '예능 정부'

해당 매체는 칼럼에서 "황(교익) 씨 경우처럼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모임 대표였던 사람이 TV 방송과 청와대 홍보를 내놓고 겸업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현 집권 세력이 야당이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황 씨 같은 사람의 TV 출연이 계속되면 안방의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일까"라며 "'정권 홍보'의 새 차원을 연 정부라고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예능 정부'가 된다"고 했다.

청와대 자체 페이스북 라이브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한 장면.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방송 진행자로 출연한다
청와대 자체 페이스북 라이브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한 장면.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방송 진행자로 출연한다

SNS에서도 '청쓸신잡'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새 소통법에 대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대통령 칭찬 일색"이라는 우려 섞인 말과 "기자들이 이런 일을 자초했다"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한 SNS 이용자는 "청쓸신잡. 쇼통의 극치를 우상화로 가리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며 "역겨울 정도의 찬양극이 펼쳐진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또다른 SNS 이용자는 "기레기들(기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청쓸신잡 까는데 청쓸신잡도 청와대 라이브도 하게 만든 건 니들"이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안 알려주니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본관 / 이하 손기영 기자
청와대 본관 / 이하 손기영 기자

청와대 '직접 소통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충돌은 이번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달 3일부터 자체 페이스북 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김선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소식을 전하고 있다.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가 시작되자 청와대 풀(Pool) 기자단 소속 일부 기자들이 "영역 충돌"을 우려하며 문제 제기를 했다. 청와대 풀 기자단은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기자 모임이다. 결국 청와대 측과 풀 기자단이 만나 청와대 자체 제작 콘텐츠 관련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춘추관 2층에 있는 브리핑룸
청와대 춘추관 2층에 있는 브리핑룸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언론과 기자'를 거치지 않는 직접 소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일정을 공지하고 출입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눈다.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에 와서 공식 브리핑도 한다. 여기서 '청와대 발' 언론 기사가 나온다.

춘추관에서는 출입기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비보도'를 전제로 청와대 관계자와의 간담회도 종종 열린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본인들도 바쁠텐데,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이나 질의응답을 열심히 하는 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