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이면 10분 만에 가능” 온라인서 버젓이 거래되는 '가짜 수능성적표'

2017-12-24 09:20

add remove print link

공문서위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한 범죄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판매되는 양식으로 만든 수학·모의고사 성적표들 / 이하 연합뉴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판매되는 양식으로 만든 수학·모의고사 성적표들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가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통지표가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단돈 1만원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까지 찍힌 성적표를 만드는 게 가능했다.

24일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와 중고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보면 수능이나 모의고사 성적표 양식을 판매한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온라인에서 문화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핀번호를 보내주면 중·고등학교 성적표 양식을 보내준다는 블로그도 있다.

모바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수능 성적표 양식이 판매되는 모습
모바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수능 성적표 양식이 판매되는 모습

실제 거래해보니 판매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보낸 뒤 한글파일(.hwp)로 된 성적표 양식을 메일로 전송받는 데까지 불과 10분밖에 안 걸렸다.

양식 가격은 판매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파일당 1만∼3만원이었다. 기자는 수능 성적표 양식을 1만원, 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표 양식은 3만원에 살 수 있었다.

구매한 양식으로 만든 가짜 수능 성적표는 꼼꼼히 뜯어보지 않으면 실제 성적표와 구별하기 어려웠다. 교육과정평가원 로고와 원장 직인은 실제와 같은 자리에 이미지 파일로 삽입돼 있었고 깨알 같은 글씨로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에 대한 설명을 적어 놓은 것도 실제와 같았다.

학력평가 성적표는 가짜와 진짜를 분간할 수 없었다.

가짜 수능 성적표는 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 부분이 미묘하게 어색해 가짜일 수 있다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가능했지만, 직인이 찍히지 않는 학력평가 성적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가짜 성적표 거래는 대부분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능이나 모의고사에서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을 받았다고 부모를 속여 재수를 허락받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과시용으로 가짜 성적표를 만드는 때도 있다.

수능 성적표 위조를 쉽게 생각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 공문서위조와 공문서위조행사죄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서울대에 가고 싶은 마음에 다른 수험생의 지원을 막고자 수능 고득점자들이 대거 지원할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다가, 자신이 고득점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자 가짜 성적표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공문서위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한 범죄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