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처럼 사라진 준희양 시계는 3월 30일에 멈춰 있다

2017-12-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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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의 마지막 행적이 지난 3월 어린이집 등원이었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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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의 마지막 행적이 지난 3월 어린이집 등원이었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후로는 준희양과 관련된 공식적인 기록과 흔적은 전무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준희양 집 주변에서 목격자가 몇몇 나오기는 했으나 경찰은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대로면 실종 신고 전까지 9개월 동안 준희양은 병원 진료도 받지 않았고 어린이집 등원도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이유로 준희양이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 석연치 않은 신고…안개처럼 사라진 준희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모(35·여)씨는 지난 8일 덕진경찰서 한 지구대를 찾아 "준희가 11월 18일부터 안 보인다"며 실종신고를 접수한다.

이들에 따르면 준희양은 지난 4월 말부터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여)씨가 맡아 길렀다.

친부 고씨는 이를 대가로 매달 일정액의 보육료를 지급했다.

준희양이 사라진 지난달 18일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크게 다퉜다.

김씨는 함께 살던 준희를 우아동 한 원룸에 혼자 내버려 두고 자신의 딸인 이씨를 데리러 완주 봉동에 있는 고씨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가 이씨를 데리고 우아동 원룸에 왔을 때 준희는 없었다.

이게 고씨와 이씨, 김씨가 모두 주장하는 준희양 실종 경위다.

준희양이 사라진 것을 알면서도 신고가 늦은 이유를 경찰이 묻자 내연녀 이씨는 "고씨가 딸을 데리고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고 고씨는 "딸이 김씨 집에 있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 CCTV도 주민도 준희를 보지 못했다

처음 경찰은 신고를 받고 단순 실종 가능성을 크게 봤다.

주변 폐쇄회로(CC)TV를 수거해 실종 당일부터 한 달 넘게 촬영된 화면을 분석했다.

그러나 CCTV 어디에도 준희양 모습은 없었다.

준희양이 김씨와 함께 살던 원룸 주변에는 CCTV 30여 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도 했다.

마찬가지로 실종 전후로 준희양을 봤다는 의미 있는 제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몇몇 주민이 '최근 준희양과 비슷한 아이를 봤다'고 했으나 추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26일 현재까지 모두 2천829명의 인력과 헬기, 경찰견,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원룸 주변 1㎞까지 수색했으나 준희양과 관련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은 다섯 살 된 아이가 혼자 모든 CCTV를 피해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진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강력범죄 가능성에 무게의 추를 옮겼다.

◇ 준희양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보육교사

거듭된 경찰 추가 조사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준희양은 지난 3월 19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친부 고모(36)씨와 함께 전주 한 병원을 찾는다.

주치의는 "아빠와 함께 병원에 온 것은 맞는데 왜 상처를 입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경찰에 진술한다.

경찰은 상처 부위와 정도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준희가 학대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한다.

이게 준희양의 마지막 병원 진료기록이다.

준희양은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목격된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3월까지 준희양이 등원했다고 경찰에 밝힌다.

준희양은 이날까지 친부 직장이 있는 완주 한 어린이집에 다닌 것으로 기록돼 있다.

준희양이 어린이집을 그만둔 이유는 친부 고씨가 "아이가 아파서 치료가 필요하다"며 딸을 데려간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제외하면 준희양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된다.

이때가 바로 준희양의 공식적인 행적이 끊긴 3월 30일이다.

김영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신빙성 없는 진술을 제외하고 준희양은 어린이집을 다닌 3월 30일 보육교사에 의해 마지막으로 목격된다"며 "실종 시점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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