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엄마가 몰래 쓴 '15줄 유서'

2017-12-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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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는 자식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자신과 함께 살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암 투병을 하다 숨진 70대 여성이 자식 몰래 쓴 유서가 공개됐다. 이 여성은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 주위를 숙연케 했다.

난소암으로 1년 가량 투병하다 이달 중순 세상을 떠난 나모(78) 씨 유서를 지난 27일 유가족이 공개했다. 15줄 분량 유서에는 자식과의 추억을 회상하고 자신과 함께 살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인은 유서에서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을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라며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라고 말했다.

고인은 "병 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라며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라고 했다.

고인은 죽음을 앞두고도 자식들 걱정을 했다. 그러면서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라며 자식들과 작별을 고했다.

광주에서 살다가 숨진 나 씨는 3남 1녀를 키운 어머니였다. 최근 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질 때쯤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가 공개된 장례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 장례식은 지난 19일 엄수됐고,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 묘소 옆에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모 씨가 숨지기 전 자식 몰래 쓴 유서 전문이다.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을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 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 노릇 버거웠지?

큰애야... 맏이 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 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