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야하니 방 빼” 유명예약서비스로 잡은 일본 숙소 황당 사연

2017-1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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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인과는 연락도 닿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친구와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A(여·19)양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양은 호텔 예약서비스 업체인 B를 통해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일본 오사카 난바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A양과 A양 친구가 일본에 도착한 20일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A양은 "20일 저녁 6시 20분쯤 일본에 도착했다. 예약 업체 사이트에 있는 건물 주소를 보고 숙소로 찾아갔는데 건물 입구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숙소 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당황한 A양은 숙소를 중개한 B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숙소 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절차상 지금 당장 대체 숙소를 찾아드리기 어렵다.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2시간 동안 여행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던 A양과 친구는 당일 저녁 9시 무렵, 숙소 주인이 보낸 이메일을 받고서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메일에는 현관 비밀번호와 열쇠 위치 등이 적혀있었다.

A양은 "B는 나름 유명한 예약 업체인데 등록한 숙소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양은 앞으로 펼쳐질 7박 8일 숙박 일정이 불안해서 예약 업체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예약 업체 측은 A양에게 '기프트 카드'를 통한 보상을 언급했다고 했다. A양은 "기프트 카드보다도 당장 숙소가 안전한지에 대한 확인과 숙소 주인에 대한 경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숙소도 엉망진창이었다. A양은 먼지와 담배꽁초가 쌓여있는 숙소를 직접 청소해야 했다. 하지만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황당한 사건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 일어났다.

A양은 "25일 오전 11시쯤 밖에서 저희 숙소 벨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보니 모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당황하고 있는 사이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양은 "무서워서 그 사람이 문을 열기 전에 다시 문을 잠갔다"고 덧붙였다.

25일 A양이 묵고 있는 숙소에 찾아온 남성 / 이하 A양 제공
25일 A양이 묵고 있는 숙소에 찾아온 남성 / 이하 A양 제공

겁에 질린 A양은 문 걸쇠를 걸어둔 채 남성과 대화를 시도했다고 했다. 그 남자는 한국어를 했다. 한국 사람이거나 교포인 듯했다. 이 남성은 A양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A양은 "남자는 건물주인인 것 같았다. '숙소 주인이 내일(26일) 이사를 가기로 했으니 방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예약 업체 측에 연락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한 뒤 남자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A양은 이후 B업체에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숙소 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절차상 대체 숙소를 찾아줄 수 없다"는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매번 상담원이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결국 A양 일행은 예약 기간보다 이틀 빠른 25일에 예약했던 숙소를 나왔다. A양은 "모르는 남자가 언제든 우리 숙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 불안했다.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겨우 인근 숙박업소를 예약했다"고 했다.

25일 숙소를 옮기고 있는 A양 일행
25일 숙소를 옮기고 있는 A양 일행

A양은 다음 날인 26일에서야 숙소 주인과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27일 출국 예정이었던 A양은 또 다른 숙소를 예약하지 못해, 심지어 26일 하루 동안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A양이 일본 숙소 주인과 주고받은 카톡 대화 내용
A양이 일본 숙소 주인과 주고받은 카톡 대화 내용

숙소 주인은 26일 오후 A양에게 "보상처리가 진행될 거다. 전액환불이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만 좀 기다려달라"는 카톡을 보냈다.

A양은 "(숙소 측에) 숙소를 이용하지 못한 이틀 치 숙박 비용과 숙소를 옮길 때 든 택시비, 국제 전화비 등을 요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A양은 "입국한 지 하루가 지난 오늘(28일)까지도 숙소 주인과 예약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예약 업체 측은 28일 위키트리에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이 아닐 경우 알려드리기 힘들다. 관련한 내부 정책에 대한 내용은 담당 부서에 전달해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는 B예약 업체를 이용했다 피해를 본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B업체를 포함한 해외 호텔예약 업체의 소비자피해 보상률을 조사한 결과 해당 업체는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호텔예약 사이트의 경우 고객센터 연결과 한국어 상담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비자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예약 업체 측은 고객의 안전보다 절차가 우선이었다. 저희에게 어떤 방법으로도 보호를 해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A양은 또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가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런 예약 업체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믿고 이용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