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재수했어요” 배우 우도환 인터뷰

2018-01-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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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남친' 배우 우도환 씨와 만났다.

이하 전성규 기자
이하 전성규 기자

젊은 시절 연극배우였던 아빠를 따라 연기자를 꿈꾼 고3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연기가 하고 싶어서 '대입 재수'를 택했다. 숱한 노력 끝에 1년 뒤 그는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수석 입학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곁으로 와 대중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배우 우도환(25) 씨 이야기다.

우도환 씨는 드라마 두 편으로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OCN '구해줘'에서 학교 폭력에 휘말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석동철로, KBS '매드독'에서는 형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캐내는 김민준으로 변신했다. 시청자들은 갓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 배우에게 주목했다. 서늘한 눈빛과 중저음 목소리를 가진 그에게 열광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위키트리 사옥에서 배우 우도환 씨를 만났다. 베이지색 코트에 털스웨터를 단정하게 입은 우도환 씨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집, 날카롭고 깊은 눈까지 TV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그가 먼저 인사했다. 서글서글한 목소리로 "날이 많이 춥죠"라고 물었다. 스태프를 도와 사진 촬영용 세트를 옮기고 동행한 스타일리스트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까지.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랜선남친'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 사투리 연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을 다섯 분이나 모셨다

우도환 씨에게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를 물었다. 연극배우였던 아버지 영향이 컸다고 답했다. 그에게 멘토이자 선배인 아버지는 아들인 자신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꿈이 많았다. 선생님도 되고 싶었고 축구선수도 되고 싶었다. 커가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에게 상담을 했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작품을 보고 나서 항상 '잘봤다. 재미있다'라고만 말씀하신다. 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아버지는 제가 행복하고 재미있게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연기가 일처럼 여겨지길 원치 않으셨던 것 같다"

그는 노력파다. 주어진 상황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배역에 몰입하길 원했다. '구해줘'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을 다섯 분이나 모셨다. 억양이나 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지만 매번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시간대별로 물어볼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선생님을 구한 것이다. '매드독'에서는 독일에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설정 때문에 독일인 선생님을 따로 요청했다. 선생님이 보내준 독일어 음성파일을 시간 날 때마다 들었다. 치열한 연습이 뒤따랐다.

"제작사 측에서 사투리를 할 줄 아는 연기 선생님을 소개해줬다. 근데 한 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을 총동원해서 다섯 분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분들을 제가 많이 괴롭혔다. 계속 전화하고 궁금한 건 물어봤다. 매드독 때도 독일어가 그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 언어와의 싸움이었다"

◈ "결혼할 사람 빨리 만나고 싶어요"

차기작에 대해 물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빨리 시청자 앞에 서고 싶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메시지가 먼저 무엇인지 보고 제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내가 먼저 웃고 울었던 작품이어야 잘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그걸 연기할 때 시 청자가 더 편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액션도, 로맨스물도 해보고 싶다. 교복도 더 많이 입고 싶다. 한 것보다 못해본 역할이 많아서 욕심이 생긴다"

그는 아직 본격적인 로맨스물 연기를 해보지 못 했다. '구해줘'에서 서예지 씨, '매드독'에서 류화영 씨와 호흡을 맞췄지만 달달한 케미는 없었다. 그런데도 '랜선남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다. 이상형과 연애 스타일을 물었다. 의외로 결혼을 빨리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상형은 따로 없다.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이 이상형이 됐다. 모든 사람이 그 사람에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연애를 진득하게 하는 편인데 대화 코드가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연상도 상관없다.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내 편이 돼 줄 수 있는, 함께 늙어 갈 수 있는 사람을 빨리 만나고 싶다. (결혼도 염두에 둔 말인가?) 그렇다. 되도록 빨리 만나고 싶다. 하루라도 더 좋은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 서로 나이가 들면서 주름도 늘텐데 놀리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 "수능 못본 친구들이 '최악의 19살이었어'라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고3 시절, 그는 한 번 실패를 겪었다. 연기를 위해 재수를 선택했다. 치열한 노력 끝에 1년 뒤 그는 원하는 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우선 수험생 여러분 너무 고생했고 수고했다. 너무 멋진 일을 해낸 거다. 지금까지 원하는 결과를 향해 힘든 시간 열심히 달려왔다.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은 분들에게는 힘을 주고 싶다. 점수가 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힘든 시기는 언젠가 지나간다. '최악의 19살이었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시절이다. 좋은 친구와 쌓은 좋은 추억이 버텨낼 힘을 줄 거다"

앞으로 연기 외에 다른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감독이나 제작자라는 답을 기대했는데 뜻밖에 '라면집' 사장을 이야기했다. 매니저조차 처음 듣는 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연기는 오래오래 하고 싶다. 다만 늙으면 '라면집' 사장이 되고 싶다. 스무 살 전 어렸을 때는 라면을 많이 먹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 항상 내가 라면을 끓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족과 함께 라면집을 운영할 거다. 주방장은 꼭 내가 하겠다"

2017년을 너무 행복하게 보냈다는 우도환 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 2017년을 숨가쁘게 보냈는데 계속 바빴으면 좋겠다. 2018년 말쯤엔 '올해도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길 기대한다"

유튜브, 위키트리

* 영상 제작 = 위키트리 비주얼팀

* 기획·구성 = 박송이

* 촬영 = 전성규·박선영

* 편집 = 박선영

* 그래픽 = 김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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