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졸업 대학생들 취업한파…“학점 다 채운 것 후회”

2017-12-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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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자 절반 이상이 무직으로 지낸다는 의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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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대학교 졸업을 앞둔 정기한(26·가명)씨는 학점을 모두 채운 것을 후회하는 중이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할 줄 알았던 그는 올 하반기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에서 6차례나 떨어졌다. 주변에서 당해 학기 졸업생이 아니면 기업에서 채용을 꺼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혹시나 취준생 생활이 길어질까 걱정된다.

'무술년' 새해에 대학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표정이 어둡다. 한창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동안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취업이라는 문턱에 막혀 학교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대학교 기준으로 내년 졸업예정자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학생(대학원진학 제외)은 10명중 2명꼴이다. 내년 상반기 대기업 등의 대규모 채용이뤄지면 40% 정도가 취업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졸업자 절반 이상이 무직으로 지낸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J대학교는 취업대상자 3064명 중 1800여명만 취업에 성공했고, S대학교의 경우에는 1900명 중 1142명, H대학교는 2818명 중 1818명만이 취준생을 벗어났다. 평균 60%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사정이 더 안좋다. J대학교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벌써부터 취업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며 "학생들도 작년보다 더 어려워진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J대학교에 도서관에서 만난 박모씨(29·남)는 "원래는 마지막 학기였는데 선배들 보면서 취업이 잘안될 것 같아 일부러 학점을 2학점 덜 채워 졸업을 늦췄다"며 "학점도 나쁘지 않고 어학점수도 괜찮은 편인데, 그래도 부족할 것 같아 요즘 취업스펙의 기본이라는 어학연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교 학생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S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박은지씨(28·여)는 "졸업을 한 2학기 미루고 휴학도 좀 하다가 이제야 마지막 학기를 채웠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면접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서 괜히 졸업학점을 채웠나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내년 상반기 채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해당 시기 졸업 및 졸업예정자가 아니면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대신에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다. 올해 J대를 졸업하는 신모씨(26·남)는 "편입으로 J대를 왔는데 아무래도 스펙적인 부분에서 밀린다고 생각해 시간을 벌겸 K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며 "대학원에서는 지도교수 추천 등으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S대에 재학중인 박모씨(27·남)는 "매년 취업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매번 정치권에서 취업 활성화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정작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취업을 가지고 학생들을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취업준비로 새해에 가족조차 만나러 가기 힘들다"며 "대학가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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