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 이틀째...직원-업주 엇갈린 현장

2018-01-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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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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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인상된 최저시급 7천530원이 적용된 이틀째 편의점과 카페 등 아르바이트 현장의 직원과 업주의 표정은 엇갈렸다.

2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A(27)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점주가 야간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본사에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여기는 번화가여서 애먹이는 손님이 많고 매출도 높은 편이라 앉아서 쉬기도 어려워 그간 최저임금보다는 시급을 많이 쳐줬다"며 "올해부터는 십원 단위까지 딱 떨어지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계약서를 다시 썼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일한 지 오래됐고 근무 시간도 길어 다른 알바보다 조금 더 받는 편"이라면서도 "올해는 시급이 최저임금에 맞춰 오른 대신 성과급이 상당히 줄어서 받는 돈은 사실상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점주가 내게 '최저임금이 오르면 문 닫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사람 구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등포구청역 인근 카페에서 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8)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간당 7천원을 받고 일하고 있는데 아직 사장님이 시급을 올려주겠다는 이야기를 안했다"며 불안해했다.

근처 분식집 직원은 "오래 일했으니 사장님이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면서도 한 달 기준으로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고용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등포구청역 인근에서 10여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전모(59·여)씨는 "지금도 내가 10시간동안 일하는데 더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 부담스럽다"면서 "경기도 안 좋아 편의점을 접을까 고민했지만, 위약금 문제에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다른 편의점 사장 백모(60·여)씨는 "내가 오전 8시부터 9시간 일하는데 1시간 더 일할까 생각 중"이라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이만큼 오르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편의점은 우후죽순 늘어나고 가게 임대료까지 올라 겨우 버티고 있다"며 "지금도 월 100만원을 벌까 말까 하는데 정말 '버티고 있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 알바 직원들에게 사정이라도 해야 하나"고 울상을 지었다.

관악구 한 PC방의 매니저는 "최저임금을 법대로 줘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알바를 줄이면 무척 어렵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므로 상황 봐서 1명 정도는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간제 근무자 대신 '월급쟁이' 직원을 쓰겠다는 곳도 있었다.

카페 점장으로 일하는 직원 이모(33)씨는 "기존에는 최저임금보다 시급 몇백 원이라도 더 주는 편이었는데 이젠 어렵게 됐다"며 "이젠 시급보다 월급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알바 대신 직원을 고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 권익 단체인 알바노조의 이가현 위원장은 "어제부터 인상돼서 아직 월급 한 번 안 받은 상황이고 해고 등의 사례는 접수한 바 없다"며 "보수세력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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