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거위나 오리가 학대당할까” 롱패딩 열풍 걱정되는 이유

2018-01-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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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 속에 들어가는 동물 털의 채취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롱패딩 유행이 씁쓸하기만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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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시작으로 국내에 롱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패딩 속에 들어가는 동물 털의 채취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롱패딩 유행이 씁쓸하기만하다.

김모씨(31·직장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연히 동물 털을 채취하는 영상을 봤다. 유행에 따라 쉽게 사고 버리는 게 옷인데, 그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수십마리의 동물 털을 뜯고 나중에 도살한다는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털이 뽑힌 동물은 철창에 던져져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를 부들부들 떨며 고통스러워했다"며 "영상을 본 이후 절대 동물 털로 된 옷은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롱패딩은 잠깐의 유행일텐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거위나 오리가 학대당할까 끔찍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조류의 가슴 부위 솜털(다운)은 보온성이 높고 가벼워 패딩 충전재로 사용되는데, 오리나 거위는 고기로 도살되거나 자연사되기 전까지 털이 뜯긴다고 했다. 보통 생후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털이 뽑히며, 피부가 찢어지면 마취도 없이 사람들은 바늘과 실로 상처를 꿰맨다.

산채로 털 뽑히는 거위(사진 PETA 유튜브 캡처)
산채로 털 뽑히는 거위(사진 PETA 유튜브 캡처)

다운 패딩 1벌에 15~25마리의 오리와 거위가 필요하니, 롱패딩은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오리와 거리가 필요하다. 평창 롱패딩에는 'RDS 기준에 적합한 양질의 원료만을 엄선해 사용하며, 동물보호를 위해 'Live Plucking(라이프 플러킹)을 하지 않습니다'고 쓰인 라벨이 붙어있다.

RDS TC를 받은 제품에는 RDS 택이 달려있다
RDS TC를 받은 제품에는 RDS 택이 달려있다

RDS란 산 채로 털을 뽑거나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지 않는 등 윤리적 방법으로 생산된 다운제품을 인증하는 것이다.

평창 롱패딩은 거위 털을 납품한 공장이 RDS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품업체인 '신주원' 관계자는 "제품마다 RDS를 받기 위해선 RDS TC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큰 비용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현실적으로 힘들어), 생산공장이 RDS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롱패딩 열풍이 불며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롱패딩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어 결국엔 비윤리적 생산을 부추기게 된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는 게 동물보호단체 입장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RDS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인도적인 방법으로 생산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운의 80퍼센트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중국에는 산업동물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는 동물보호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동물보호단체 PETA가 작년에 RDS 인증 받은 곳이 라이프 플러킹을 한다는 증언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며 "결국 RDS도 의류업체들이 주도해 만든 인증시스템이고, 공급량만 봐도 모두 죽은 거위만 사용해서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결국 RDS 인증 제품이라고 안심하고 구매하기보단, 대체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게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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