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정부가 우리 기만”…'합의 무효' 재확인

2018-0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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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정부가 우리를 기만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이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한 후 눈물을 닦고 있다./이하 뉴스1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이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한 후 눈물을 닦고 있다./이하 뉴스1

(경기광주=뉴스1) 김평석 기자 = 정부가 9일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잘못된 것이지만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피해 당사자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 거주 할머니들은 “정부가 우리를 기만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할머니들은 “지난 합의는 피해자들의 입장과 권리를 담지 않은 박근혜 정권과 일본 아베 정권의 야합의 산물”이라며 ‘합의 무효’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표를 TV로 지켜보던 이옥선(92) 할머니는 “당사자도 모르게 한 합의는 잘못된 것”이라며 “무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모르는 아이를 끌고가 총질, 칼질, 매질 다 해놓고 지금까지 ‘안 그랬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이러니) 하소연 할 데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돈 받고 할머니들을 팔아먹은 것을 이해 할 수가 없는데 (지금도) 말 할 곳이 없다”며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 모두 90세가 넘었다. 희망이 없다”며 “죽기 전에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다 죽어도 반드시 관련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이옥선(92) 할머니도 “억울하기 짝이 없다”며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이옥선(왼쪽부터)(부산), 박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한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이옥선(왼쪽부터)(부산), 박옥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TV를 통해 시청한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갔는데 끌고 가놓고 이제 와서 (일본은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다른 게 없다. 무조건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 발표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잘못됐다고 해놓고 합의를 유지하겠다’고 한 정부의 이번 발표는 할머니들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는) 어떻게든 일본을 설득해서 원점에서 합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개인 인권의 문제인데다 정부가 할머니들의 배상 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합의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외교적 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할머니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할머니들이 우리 정부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정부 위안부 TF가 ‘이면 합의’ 등이 담긴 조사 내용을 발표하자 “‘이면합의는 없다’고 한 전 정부 관계자를 고소하고 싶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처리 방향 입장 발표에서 "2015년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5년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강 장관은 "일본 측이 스스로 국제보편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 앞서 지난 4일 이용수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갖고 할머니들의 의견을 들었다.

또 강경화 장관도 지난 7일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을 면담했다.

당시 면담에서 강 장관은 ‘합의 폐기 및 무효화를 주장하는 할머니들의 의견을 알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나눔의 집을 전했다.

새해 들어 지난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정부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는 3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가운데 8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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