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지 못한 질문 3가지 (신년 기자회견 후기)

2018-01-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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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키트리 젊은 독자들 고민, 관심사를 대통령에게 '과감하게' 던져보고 싶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요청하는 손기영 기자. 맨 앞자리,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기자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요청하는 손기영 기자. 맨 앞자리,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기자다 / 연합뉴스

위키트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질문 주제는 청년·청소년 문제였다.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키트리 젊은 독자들 고민, 관심사를 대통령에게 '과감하게' 던져보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질문 욕심'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출근했다. 행사장으로 가장 먼저 출발한 청와대 버스 앞쪽 자리에 앉았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맨 앞자리에 덥석 앉아버렸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청년 문제는 절실하니까.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청와대 영빈관에는 잔잔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 손기영 기자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청와대 영빈관에는 잔잔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 손기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는 지난해 8월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처럼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윤도현 씨 '길', 김동률 씨 '출발', 제이레빗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반복해 틀어졌다. 기자들을 위한 '긴장 완화용' 노래였다. 행사장에는 떡, 쿠키, 음료 등 다과도 나왔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에게 질문할 생각을 하니 긴장감 때문에 노랫소리와 다과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다과 먹기와 음악 감상을 제쳐두고 생수 한 병을 벌컥 다 들이마셨다. 머리로는 질문 의지를 다졌지만 몸은 여지없이 긴장하고 있었다.

행사 사회를 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에게 질문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남보다 '작은 눈'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청와대 기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이 걸어오는 쪽에서 있던 몇몇 기자들은 악수를 나누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질문할 기자를 직접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행사 초반 20분 가량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했고 이후 1시간 가량은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기자회견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대통령 눈'만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절심함에 오기까지 더해지면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들었다. 입안은 여전히 바싹 타고 있었다.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그러나 주변에는 막강한 상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문 대통령 눈에 띄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가져왔다. 또 다른 기자는 종이 피켓에 "대통령께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씨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한 여성 기자는 눈에 잘 들어오는 화사한 보라색 의상을 입기도 했다. 이처럼 '이색 작전'을 펼친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 기회를 얻었다.

문 대통령이 지목한 기자 입에서는 기쁨에 찬 탄성이, 그 주변에 있던 기자들 입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질문자가 결정될 때마다 행사장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청와대 출입기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질문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문 대통령과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간간이 웃음도 터져나왔다. 일부 기자들 질문에서 "빡센", "신의 한수" 등 거침없는 말이 나오는 등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부분 정자세로 앉은 국내 기자와 달리, 대통령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일부 외신 기자 모습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어보기 위해 적은 질문들 / 손기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어보기 위해 적은 질문들 / 손기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 질문 분야는 정치·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가지로 나뉘었다. 여기에 맞춰 위키트리는 청년·청소년 문제 관련 질문 거리 3가지를 준비해 갔다. 청소년 참정권 문제, 청년·청소년 최저임금 문제, 10~20대 사이에서 확산된 '남녀 혐오 문화' 문제였다. 이 가운데 하나를 질문할 수 있길 바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눈에 힘을 주고 일명 '아이 컨택'도 시도했다.

문 대통령 손이 내 쪽을 가리키기도 했다. 순간 움찔했지만 옆에 있던 다른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는 신호였다. 대통령 바로 앞자리에 앉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결국 찾아오지 않았다. 아쉽게도 문 대통령에게 물어보지 못한 질문 내용은 이랬다.

(질문 #1)

저는 ‘청소년 참정권’ 문제에 대해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탄핵 촛불집회' 이후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응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대선, 총선, 지방선거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교육감 선거는 만 16세로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은 아직 성숙하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찬반 논쟁에 대한 대통령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 #2)

대통령님, 요즘 청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최저임금’ 문제인데요. 그제(8일) 수보회의에서 대통령님께서는 최저임금 인상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들이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각종 '꼼수' 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한 아르바이트 사이트(알바천국 / 회원 1458명 대상)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알바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난이나 해고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건비 증가’로 부담이 가중되는 영세사업장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 #3)

요즘 SNS(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명 ‘페미니즘 논쟁’이 촉발됐습니다. SNS 공간에서 남녀 불평등을 지적하는 여성들이 늘었고, 이에 항변하는 남성들도 늘어났습니다.

양성평등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은 급기야 극단적인 ‘남녀 혐오 문화’로 변질됐습니다. '일베'와 '워마드'라는 사이트는 이런 혐오 문화를 확산시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SNS에서 팽배한 ‘남녀 혐오 문화’를 완화시킬 사회적인 노력이나 지혜가 있을지 대통령님께 묻고 싶습니다.

청와대에 미안한 말이지만, 여담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 '혹시 짜고 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사전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라는 청와대 측 설명도 잘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모두 17개 언론사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사'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은 언론사' 기자도 질문 기회를 얻었다.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 대체로 골고루 질문권이 주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워싱턴포스트 안나 파이필드(Anna Fifield) 기자는 트위터로 "크고 오래된 언론이 아닌 지방에 있는 다양한 군소 매체가 질문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은 모든 기자에게 열려있다"고 후기를 남겼다. 그녀는 자신의 후기를 보도한 위키트리 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 운 좋게 악수를 나눴다. '대통령 손'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았고 땀도 차 있었다. '질문하는' 기자들처럼 '답변하는' 대통령도 기자회견은 마음 편한 자리가 아닌 듯했다.

며칠 동안 고민해 적은 질문 3가지는 결국 대통령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춘추관으로 돌아왔지만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청년·청소년 문제는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 세대'가 될 주인공을 위해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회적 문제다. 또 다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않겠다. 남보다 '작은 눈'에 힘을 꽉 주고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 악수를 나눴다. 생전 처음 대통령과 한 악수였다. 오른쪽 두 번째가 기자다 / KTV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 악수를 나눴다. 생전 처음 대통령과 한 악수였다. 오른쪽 두 번째가 기자다 / KTV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