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신방 엿보기' 유래

2018-01-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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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밤 치르는 부부의 신방을 친척, 가족들이 창호지 구멍으로 훔쳐보는 걸 '신방 엿보기'라고 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 영화 '어우동: 주인 없는 꽃(2014)'

첫날 밤 치르는 부부의 신방을 친척, 가족들이 창호지 구멍으로 훔쳐보는 걸 '신방 엿보기'라고 한다. 그런데 유래가 상당히 충격적이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방 엿보기 풍습의 유래'라는 제목 등으로 퍼진 게시물이다. 내용이 너무 뜨악해 진위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한국의 과거 생활 풍습 등을 정리한 '한국일생의례사전'에도 실려있다. 유언비어가 아니다.

신방 엿보기 풍습의 유래....

옛날 옛적에 백정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장가를 가게 됐다. 그런데 장가를 가면 첫날 밤에 신부를 벗긴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작은 칼을 하나 지니고 갔다. 대례(상견례)를 다 치르고, 신방에 신부가 들어왔다. 그러자 신랑은 작은 칼로 신부 껍데기(피부)를 벗기기 시작했다. 각시가 아파서 "아이고, 아파 죽겠어"라고 우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옆방에 있던 신부 어머니는 멋도 모르고 "첫날 밤에는 원래 그러니, 아파도 참아라"라고 했다.

다음 날, 신방에서 나온 신랑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신랑은 "첫날 밤에 벗기기가 참 힘이 드네요"라고 말했다. 이상함을 느낀 식구들이 신방 문을 열어 보니, 방에서 피 비린내가 나고, 방바닥엔 피가 흥건했다. 신부는 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있고, 벽에는 사람 살가죽이 걸려 있었다.

이 어린 신랑이 '벗긴다'는 말을 옷을 벗긴다는 말로 알아듣지 못하고, 가죽 벗긴다는 말로 알아듣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래서 그후부터는 장가갈 때 칼 같은 건 가져가지 않고, 신부집에서 신방을 훔쳐보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일생의례사전에 따르면, 신방을 엿보는 풍습은 '조혼(미성년자 결혼)'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조혼이 성행했는데 대체로 신랑은 열 살, 신부는 열네댓 살쯤 혼인을 올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하다 보니 첫날 밤에 뜻하지 않은 소동이 자주 발생했고, 이를 막기 위해 가족들이 신방을 엿보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이다.

신방엿보기
한국민속대백과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흠좀무'하게도 "어디선가 생겼던 일들에 의거한 사실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고 생활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이 혼인 의식, 절차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신방엿보기

신방 엿보기는 우리나라 고유 풍속이라고 한다. 다만 정확한 기원과 변천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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