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외상으로 밥 먹어온 청와대 기자들 빈축... 논란 일자 '외상장부' 없애기로

2018-0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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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식비는 청와대가 나중에 대신 내왔고, 비용은 '공동취재편의비용'이라고 불리는 기자 회비에서 지출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와대 출입기자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TV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와대 출입기자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TV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인근 식당에 장부를 두고 '외상'으로 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일부 기자들이 외상으로 먹은 밥값을 나중에 대신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해당 비용을 청와대 예산이 아니라 '공동취재편의비용'이라고 불리는 기자 회비에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이전 정부 때부터 암암리에 있었던 관행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벌어져 빈축을 샀다. 청와대 역시 이런 관행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기자단 총괄간사는 인근 식당 외상 장부를 없애겠다고 했다.  

12일 미디어오늘은 "'장부 달고' 밥 먹는 청와대 기자들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일부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상 식사' 관행을 보도했다.  

‘장부 달고’ 밥 먹는 청와대 기자들이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춘추관 인근 서울 삼청동 일부 식당은 '장부 장사'를 해왔다. 일부 청와대 기자들은 장부에 비용 등을 적고 식사를 외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인근 중국집 사장은 미디어오늘에 "월로 치면 수십만 원 선"이라며 "장부에 이름을 달면 월말에 일괄 계산해서 직접 청와대 행정실로 가면 계산을 해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모든 출입기자들이 개인당 매달 5만 원씩 내는 '공동취재편의비용'으로 외상 식대를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위키트리에 "외상 밥값을 청와대가 (청와대 예산으로) 대신 내준 것은 아니"라며 "청와대는 기자들이 낸 회비를 대행, 관리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음료, 식수, 신문대금 등의 명목으로 공동취재편의비용을 걷고 있다. 하지만 공동취재편의비용이 기자 식대로 사용된다는 공지를 한 적은 없다. 그래서 상당수 청와대 기자들은 인근 식당에 외상 장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청와대 기자 A씨는 "어떤 매체 어느 기자가 외상 장부 식사를 했는지 명백히 밝히고 사과한 다음, 청와대 춘추관도 정확한 해명과 함께 사용 출처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기자 B씨는 "'장부 식사' 기자는 사과로 끝내서는 안 되고 청와대에서 퇴출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기자단 총괄간사는 인근 식당 외상 장부를 없애겠다고 12일 공지했다.

기자단 총괄간사인 노효동 연합뉴스 기자는 "오늘 간사단 회의를 열었고 앞으로 청와대 외부식당에서 주문하는 식사 비용은 공동취재편의비용 내에서 지출하지 않고 각사가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효동 기자는 이어 "외부에서 공동취재편의비용을 이용해 식사를 한 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해 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공동취재편의비용 규모의 적정성 문제와 기자실별 회계분리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춘추관 측과 협의해 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15일 출입기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청와대 춘추관 운영비 관련 보도가 있었는데 김영란법을 청와대가 위반한다는 뉘앙스여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춘추관이 기자단에서 월 회비를 받아 기자들이 쓰는 경상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화비, 다과류, 물, 커피 등이 포함돼 있다. 남는 부분을 야식하는 기자들이 외부 식당에서 주문해 식사를 해왔고 일일 계산이 불가능해 월 계산으로 해왔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춘추관은 김영란법을 당연히 준수하고 있다. 결산 등을 철두철미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법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면 국민권익위에 고발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