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은 누구길래 요즘 정치 기사에 자주 나올까 (+문 대통령과 관계)

2018-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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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씨가 움직일 때마다 정치 담당 기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 이하 연합뉴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 이하 연합뉴스

요즘 정치 기사에 '양정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양정철 씨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양정철 씨가 움직일 때마다 정치 담당 기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 행보에 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걸까. 

양정철 씨는 일명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인사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정권교체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양정철 씨는 참여정부에서도 청와대 실세 라인인 일명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 멤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양정철 씨는 참여정부 시절 '논쟁의 중심'에 섰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양 씨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다. 그해 12월 최연소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양정철 씨는 참여정부 5년 내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야당 정치인과 '전쟁'에 앞장섰다. 노 전 대통령 임기 후반기인 2007년에는 취재 지원시스템 선진화를 명분으로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문재인의 운명' 출판기념회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양정철 씨(오른쪽)
지난 2011년 '문재인의 운명' 출판기념회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양정철 씨(오른쪽)

정치권 일각에서는 논쟁의 중심에 섰던 '참여정부 실세' 행보를 경계의 시선으로 지켜봐 왔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도 불리는 양정철 씨가 문재인 정부 요직에 오르면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양정철 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정부부처 핵심 요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스스로 '야인(野人)' 생활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게 그가 밝힌 야인 생활 이유다. 

양 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기자들에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홀연히 해외로 출국했다. 그러나 양정철 씨는 여전히 친노·친문 진영 핵심 실세로 평가받으며 '거취'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신년 연설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양정철 씨
지난 2006년 신년 연설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양정철 씨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 해외를 떠돌아다니던 양정철 씨가 지난 17일 귀국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잠시 들렀다고 말했다. 

양정철 씨 거취에 대한 기자들 질문이 쏟아졌다. 양 씨는 "북 콘서트 일정이 끝나고 적절한 시점이 지나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제가 직접 나설 일은 단언컨대 없다. 다른 분들 선거도 도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백의종군 마음에 변화가 없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양정철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양 씨는 지난 8일 보도된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내 동선이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뭘 해도 기사가 되니까 부담스럽고 힘들다. 이것도 팔자라고 여기지만"라고 했다.  

양정철 “나는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곁에 두면 편하나 시스템 깨져”
양정철 씨는 문재인 정부 요직을 고사한 이유도 말했다. 양 씨는 "문 대통령께서는 나에게 정부와 청와대의 자리 서너군데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어떤 일을 해도 논란의 중심에 있게 되고, 그건 대통령께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간곡하게 사양했다"고 했다.

양 씨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내가 떠날 때 가졌던 원칙은 똑같다"고도 말했다. 

양 씨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 가족이나 친인척들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만한 분들이 한 명도 없다"며 "결국 남는 요인은 측근들이다. 그런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농담 섞인 말도 했다.  

지난 17일 귀국한 양정철 씨
지난 17일 귀국한 양정철 씨

양정철 씨 측은 최근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 책 소개 자료를 보내오기도 했다. 

양 씨는 책 소개 자료에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쓰기로 결론 내린 것은 노무현, 문재인 두 분의 가치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양 씨는 이어 "다른 일로도 두 분 대통령을 보좌했지만 언어라는 지점에서 나는 두 분과 더 깊게 만났다"며 "언어 민주주의 관점에서 두 분을 얘기하고 싶었고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정철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 떠돌고 있지만, 여전히 '문재인-노무현'에 대해 대중에게 말하는 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