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찔렸나” MB 입단속에도 측근들 문 대통령 발언에 반발

2018-01-18 18:20

add remove print link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 두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금명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전날 '정치보복 성명서'를 강력하게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측근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말라"면서 자제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아픈 데를 찔리긴 한 것 같다", "분노한다고 정치보복이라는 본질이 바뀌나"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작심한 듯 반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측근들에게 입단속을 지시했다. 일절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참모진의 의견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자제를 당부했다고 이 전 대통령 측이 전했다.

이미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또다시 반박 입장을 내놓아 현 대통령과 추가적인 충돌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참모들의 입장은 달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도에 지나치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날 오전 삼성동 사무실에서 열린 참모진 회의에서는 '강경론'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분노니 모욕이니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아픈 데를 찔리긴 한 것 같다"며 "분노한다고 정치보복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회의 분위기"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며 "자기들이 당했으니 더 심하게 당하라고 정치보복을 하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에 분노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반격 카드'를 묻는 질문에 "준비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관련 자료 공개가) 현실화돼서는 안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 파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또 국정원 특수활동비 일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흘러들어 갔고, 2011년 미국 방문 시 명품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송영길 의원의 주장에는 "완전히 허위"라고 반박했다.

한 핵심 측근은 "김 여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프레임으로 엮으려고 한다"며 "그렇지만 권 여사는 실제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논두렁 시계'와 돈을 받은 것이 밝혀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미국 방문 시 쇼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논두렁 시계에 대한 보복인지 모르겠지만, 악의적이고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 두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금명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자신의 복심이었다가 돌아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부인 빈소에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는 정두언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완전히 거짓말이다. 이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청와대 직원들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일반 비서관들도 빈소에 많이 찾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문상을 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특히 정 전 의원을 겨냥해 "김 전 실장이 상을 당했을 때 (그는) 감옥에 있어서 문상을 오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그는 김 전 실장이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며 "현재 김 전 실장의 상황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home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