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미국 설치미술 거장 작품 철거해 고철 처분 논란

2018-01-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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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임이 2011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포토존으로 설치된 예술작품이 6년여 만에 고철로 사라졌다.

17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구청 관광시설사업소가 지난달 해운대해수욕장 호안 도로 확장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설치미술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꽃의 내부)을 철거했다.

이 작품은 해운대구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의뢰해 국제공모를 거쳐 2011년 3월 설치됐다.

구는 해운대를 상징하면서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기념촬영도 할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만들겠다며 8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오펜하임이 작품 완성을 목전에 두고 2011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꽃의 내부를 형상화한 작품은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에 스테인리스 스틸파이프와 폴리카보네이트 반달봉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9개의 꽃잎 사이를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꽃잎 주변에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돼 멀리서 보면 마치 바다 위에 한 송이 동백꽃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 곳곳이 파손됐고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타격을 받았다.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미술작품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도 제기됐다.

최근 작품철거 사실을 확인한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사전에 미술작품 철거와 관련해 논의한 적은 없었고 미술작품을 물건이나 상품처럼 고철로 처분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펜하임 가족에 이 문제를 협의하고자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철거를 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며 "지난해 2월 부산비엔날레 측과 통화하면서 '작품 소유권이 해운대구에 있다'는 답변을 들어 철거 때 별도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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