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올림픽 출전, 정부 아니라 '이 사람'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2018-01-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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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 무대에 출전하는데 공헌한 '숨은 조력자'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7월 강릉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렸다. 당시 스웨덴이 앞서가자 한국 대표팀 벤치에서 새러 머리 감독 등이 작전 회의를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지난해 7월 강릉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렸다. 당시 스웨덴이 앞서가자 한국 대표팀 벤치에서 새러 머리 감독 등이 작전 회의를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동안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 속에 정부로부터 별다른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에게 올림픽 출전은 그저 '꿈 같은 일'이었다. 미국, 캐나다 등 아이스하키 강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은 훈련을 해야했다. 경기력 역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제안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만간 단일팀이 구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남북 단일팀 필요성을 강조하며 뒤늦게 아이스하키 지원과 저변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평창 올림픽 무대에 출전하는데 공헌한 '숨은 조력자'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다.

[사실은 이렇습니다]아이스하키, 출전자격 없었다? 우리선수 피해는?
19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는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개최국이 자동 출전했다. 그러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국가 간 전력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이런 규정을 없앴다.

이 소식을 들은 정몽원 회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잔치인 만큼 우리가 못 나가면 안 된다"며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을 끊임없이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2014년 평창 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회 진행방식을 바꿔 개최국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에 2-1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에 2-1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정몽원 회장 취임 직후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전력 보강이 본격화했다. 지난 2014년 '아이스하키 강국' 캐나다 출신인 새러 머리(30) 감독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새러 머리 감독은 미국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네소타대에서 2차례 우승을 경험한 수비수 출신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에는 미국과 스위스에서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새러 머리 감독 아버지는 아이스하키계 전설적인 지도자인 앤디 머리다.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 이하 연합뉴스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 이하 연합뉴스

아이스하키에 대한 정몽원 회장 관심은 누구보다 각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 1994년 '한국 아이스하키 산실'로 평가받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했다. 정 회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는 등 경영상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지켜냈다.

현재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엔트리에서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출신이 3분의 2 이상이다. 한라 아이스하키단 성장과 맞물려 한국 아이스하키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에 2-1로 승리하자 주먹을 불끈 쥐고 목놓아 환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4일 서울경제에 "각 종목별 협회를 맡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많지만, 정몽원 회장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은 특히 더 각별하다"고 말했다.

정몽원의 못말리는 아이스하키 사랑
정몽원 회장 등 숨은 조력자들은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아이스하키에 대한 일부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 발언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에 있는 팀도 아니고 우리 팀은 세계랭킹 22위, 북한은 25위"라며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한두 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8일 출입기자들에게 "단일팀 문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을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붙은 한국과 북한 선수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맞붙은 한국과 북한 선수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