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원숭이 10마리 대상 가스실 실험도 해

2018-01-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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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dpa통신 등의 문의에 업체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으나 실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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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배출가스 조작 사기극을 벌인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VW)이 원숭이들을 가두어놓고 가스를 맡게 하는 실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 엘버커키 시에 있는 민간 의학연구소인 러브레이스호흡기연구소(LRRI)는 이례적인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바깥 공기를 차단한 기밀실에 원숭이 10마리를 가둬 놓고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틀어 준 뒤 하루 4시간 그 속에서 지내도록 했다. VW의 디젤 승용차 '비틀' 신형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기밀실로 공급됐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신형 차량의 배출가스가 기존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LRRI 연구팀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 연구에 동원된 차량에 이미 배출가스조작장치가 달려 있어, 실제보다 매연이 훨씬 적게 나오게 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연구를 의뢰한 곳은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다. EUGT는 VW,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과 부품업체인 보쉬가 돈을 대 만든 단체다. 이 단체는 실제 연구를 직접하지는 않고 독일 자동차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 연구소나 학자 등에게 의뢰하는 역할을 했다.

NYT는 VW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한 재판기록과 정부조사 문건들 속에서 이런 내용을 발굴, 보도하자 독일 언론은 배출가스 문제가 엽기적 수준까지 갔다며 개탄했다.

독일 dpa통신 등의 문의에 업체들은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으나 실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임러 측은 "우리는 동물에 대한 어떠한 비윤리적 대우를 지원하지도 용인하지도 않으며 그런 연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BMW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동물실험도 하지 않았고, 그 연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그 경과와 규모 등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실제 이 실험은 VW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VW은 "이 연구에 대한 비판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밝혔다.

LRRI 연구소에서 한 실험의 결과나 원숭이들의 운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드러났고, LRRI의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EUGT는 2017년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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