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운동선수 -> 모델' 제2의 인생 준비하는 강한 근황 (인터뷰)

2018-02-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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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팀에 합류한 강한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약 13년간 해 온 운동을 최근 그만뒀다.

국가대표 카바디 선수 시절 강한 씨 / 이하 강한 씨 제공
국가대표 카바디 선수 시절 강한 씨 / 이하 강한 씨 제공

카바디 국가대표(20) 출신 강한 씨는 지난달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보육원에 맡긴 부모님에게 "낙태하지 않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 어디예 계실 저의 부모님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은 SNS에 확산되며 많은 이들 심금을 울렸다. 올곧게 자란 청년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컸다.

강한 씨는 이 글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계속된 보육원 형들과 육상후 형들 폭행 때문에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이라고 했다.

강한 씨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육상선수를 했다. 2016년 카바디 국가대표 이장군 선수 권유로 카바디를 시작하게 됐고 지난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다. '카바디'는 인도에서 유래한 변형 투기 종목으로 술래잡기, 피구, 격투기 형태가 섞여 있는 경기다.

지난해 12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강한 씨는 올해 1월 재진료 결과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증상이 심한 날에는 두통과 어지럼증, 손 발 저림까지 나타났다. 의사는 치료 기간이 1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일단 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고민 끝에 13년 동안 했던 운동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다.

"솔직한 심정은 아쉽기도 하고 ‘조금만 더 해볼걸’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운동하면서 슬럼프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슬럼프을 못 이겨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 둔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강한 씨에게 보육원 생활은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던, 긴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

“온 몸에 피멍이 들었던 그때 기억을 지금도 떠올려요. 보육원 생활은 진짜 많이 힘들었어요. 이 심정은 보육원에서 지냈던 사람들만 알 것 같아요”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시절
보육원에 맡겨진 어린 시절

이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나쁜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고 했다.

태어났을 때 보육원에 맡겨진 강한 씨는 만 19세가 된 지난해 2월 28일 보육원을 퇴소했다. 퇴소하면서 받은 자립 정착금으로 월세 25만원짜리 원룸을 구했다. 생활비는 국가에서 주는 기초수급자비 40만원에 가끔씩 하는 당일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운동선수를 그만 둔 강한 씨는 현재 모델을 꿈꾸고 있다. 188cm 큰 키에 넓은 어깨 등 타고난 신체 조건을 고려한 제2의 직업이다.

운동을 그만둔 현재 강한 씨는 모델을 준비 중이다
운동을 그만둔 현재 강한 씨는 모델을 준비 중이다

“모델을 하고 싶어서 운동을 그만둔 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패션 모델이나 광고 모델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운동을 그만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모델 일을 꿈꾸게 됐어요”

현재 동의대 체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강한 씨는 운동선수 때보다 좀 더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부산에서 모델학원을 다니며 소속사 오디션도 준비 중이다.

그래도 가족 같은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 힘이 된다고 했다. 강한 씨는 재활센터에서 만난 동생 황두연 군을 들었다.

강한 씨는 “재활 끝나고도 두연이랑 꾸준히 연락하다가 제가 두연이 집에 놀러갔다"며 "두연이 부모님들이 저를 친아들처럼 잘 해주셔서 지금은 가족처럼 주말이나 명절 때마다 시간 나면 가고 있다. 또 다른 가족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두연 군 가족과 함께 한 강한 씨
황두연 군 가족과 함께 한 강한 씨

그는 “보육시설 희락원 선생님들과 동의대학교 박문수 교수님도 고마운 분”이라고 덧붙였다. 희락원 선생님과 박 교수님이 있었기에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강한 씨는 기존 시설에서 2012년 8월 희락원으로 전원됐다.

강한 씨는 얼굴도 모르지만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위해 앞으로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부터 더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치료와 모델 두개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때문에 많이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성공해야돼요. 앞으로 카바디 선수가 아닌 강한이라는 이름 걸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