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급락한 암호화폐 속출…“휴지조각 됐다” 들끓는 분노

2018-02-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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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어 미국과 유럽까지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면서 원금 90%를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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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우리나라에 이어 미국과 유럽까지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면서 원금 90%를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30대 게임사 직원 A씨는 비트코인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샀다가 수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A씨는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암호화폐다보니 비트코인이 떨어지면 이중으로 손실을 보는 구조"라며 "정부 규제가 시작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이라며 원망의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또다른 투자자는 "엔엑스티라는 암호화폐를 구매하면 다른 암호화폐 '이그니스'를 준다는 말에 혹해 수천만원을 투자했다"면서 "그런데 최근 폭락장에서 이그니스를 지급받았는데 현재 두 암호화폐 모두 휴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달 사이에 암호화폐 가격이 90%까지 떨어지면서 암호화폐에 대해 고강도 규제에 나선 정부를 향한 원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피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즈아'(더 오르길 기대한다는 은어)라는 말 대신에 '한강가즈아'(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이르는 은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5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에이다'와 '리플'의 거래가격은 전월의 5분의1 수준인 396원, 86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불과 한달전인 지난달 4일, 에이다는 개당 1800원에 거래됐고, 리플은 5000원선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40~60%가량 빠진 것이다. 한달 사이에 90% 이상 떨어진 암호화폐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암호화폐 정보를 주고받았던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손실을 봤다는 글들이 빼곡하게 올라오고 있다.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바람에 손실을 본 경우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로 손실을 봤다고 토로하는 글들이 적지않다. 일부 투자자들은 '한국암호화폐투자시민연합'을 결성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5일 열기도 했다.

시민연합 관계자는 "거래자 보유통장으로 거래하도록 보장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규제정책을 발표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IT기업에 근무하는 30대 B씨는 "암호화폐를 발행한 기업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미래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인데 정부는 '모두 투기'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니 답답하다"면서 "주요 IT 기업들이 모두 암호화폐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20대 투자자 C씨는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암호화폐 규제에 착수하면서 다른 국가들까지 연쇄적으로 규제 분위기에 동참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해킹으로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일본도 전면적인 거래금지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오르는 부동산은 안잡고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로 살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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