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도 살인입니다” 동료 괴롭힘으로 목숨 끊은 교사 제자들이 붙인 대자보

2018-0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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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입니다”

동료 괴롭힘에 50대 교사가 목숨을 끊은 가운데 제자들이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6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숨진 교사 A씨가 근무하는 사립여고에는 '방관도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서 'OO여고 소수학생 일동'이라고 밝힌 학생들은 "평소 선생님께서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 따돌림으로 우울증까지 겪었다"며 "이런 일을 단순 자살로 넘기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이 글을 쓴다"고 했다.

또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증언을)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겠다.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어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이다. 피해를 보신 선생님께 다 알면서도 손 한 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고 방관자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A씨가 지난해 6월 동료 교사들이 괴롭힌다고 말해 교감과 면담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A씨 휴대전화에는 동료 교사가 "야, 인마 52살 처먹었으면 XX, 똑바로 해"라고 말한 통화내역도 녹음돼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52살 처먹었으면 XX, 똑바로 해” 동료 괴롭힘에 투신한 교사 (+통화내역)

이하 대자보 전문

방관도 살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OO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입니다. 지난 2월 1일 11시 30분경 저희 학교 선생님 한 분께서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평소 선생님께서는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의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으셨습니다.

저희는 이런 일을 단순 자살로 넘기려는 (학교와 경찰 측)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기사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들이 증언을 회피하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선생님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같은 학교에서 오래는 몇 십년 짧게는 몇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억울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억울하시다면 정당한 조사를 받으셔서 억울함을 푸시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의 진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순자살로 넘기려고 했던 점들은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렸으면 합니다.

이 대자보를 보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입니다. 피해를 보신 선생님께 다 알면서도 손 한 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이고 방관자이니까요.

- OO여고 소수학생 일동 -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