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성관계 금지법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위반하면 '징역 5년'

2018-02-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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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의 인권 수준이 크게 퇴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의 인권 수준이 크게 퇴보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간 성관계를 포함해 혼외 성관계를 금지하고 적발되면 최대 징역 5년형을 선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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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체주 반다아체에서 간통 혐의로 한 남성이 태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체주 반다아체에서 간통 혐의로 한 남성이 태형을 받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10개 정당 대표들은 9일 회동해 의회 내 형법검토위원회가 제출한 개정안을 놓고 합의를 모색한다. 9일 모임에서 대표들이 합의하게 되면 법안은 이르면 이달 안에 하원 전체 회의에 회부된 뒤 표결을 거치게 된다.

혼외 성관계를 범죄 행위로 처벌하겠다는 것뿐 아니라 성교육을 제한하고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모욕 행위에 징역형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대 정부들은 형법이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며 개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수주 동안 형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는 한층 가열됐다. 이슬람과 군의 지원을 받는 정당들이 형법 개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에서도 간통은 배우자가 고소하게 되면 범죄 행위로 처벌받는다. 미성년자와의 동성 성관계도 범죄 행위다. 현재 논의중인 개정안은 폭력과 공공행위 혹은 음란물이 동반된 동성 성관계뿐 아니라 혼외 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이며, 인권 단체들은 남용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여당 민주투쟁당 소속으로 형법검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니마트 기르상 의원은 지난 5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원회는 대체적으로 이번 금지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쟁점은 동성간 성관계를 금지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 커플의 공공장소 애정 표현을 금지하느냐 여부라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의 사무총장 우스만 하미드는 이번 시도가 보수적인 종교 지도자들뿐 아니라 모든 주요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선 성소수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점차 2등 시민이 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많은 정치인들이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이용하려 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올해 말에 지방선거, 내년에는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개정안에 거부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쓸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인도네시아 국민 57.7%는 성수수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주거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80%는 이웃으로서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지난주 아체주 경찰당국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일하는 미용실 여러 곳을 급습해 직원 10여명을 검거한 뒤 이들을 상대로 강제 삭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아체주는 특별자치권에 따라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인도네시아 주류 정치권에서 "극단주의적 시각이 만연해 있는 것은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가 남들이 이슬람혐오에 맞서 싸울 것을 기대한다면, 이 같은 국가들은 다른 분야에서의 차별도 끝낼 준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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