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위인이냐? 이상한 여자냐?” 흥행 역주행 ‘B급 며느리’

2018-0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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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안 갔어요. 완벽한 추석을 보냈죠”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끝났다. 툭 까놓고 말해, 명절의 의미가 퇴색 된 지는 오래 됐다. 기름진 차례 음식과 교통체증, 각종 잔소리 어택으로, 명절은 대규모 집단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부담스러운 날이 된 지 한참 됐다. 허나 아무리 명절 앓는 소리를 한다 해도 이들 앞에서는 입을 닫고,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으니, 그들은 이름 하여, ‘며. 느. 리’.

한국에서 ‘며느리’라는 존재는 참으로 위대하다.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서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꼭 명절만 되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을 하니 말이다.

여기 ‘B급 며느리’로 불리는 한 여성이 있다. 시어머니는 그녀를 ‘F급’이라고 말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할 정도로 똑똑했던 그녀지만, 며느리의 본분을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량 며느리로 낙인 찍힌 것이다.

영화 'B급 며느리' 예고편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영화 'B급 며느리' 예고편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그녀에게 요구된 며느리의 본분이란,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집안 대소사에 참석하고, 시부모, 시동생, 남편, 자식의 생일을 챙기는 것.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한다. 왜 나이 어린 시동생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며, 조선시대에서 하인들이 주인집 아들을 부를 때나 쓰던 ‘도련님’이란 호칭을 나에게 강요 하냐고 당돌하게 묻는다.

“시어머니랑 한바탕하는 바람에 명절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추석 때 안 갔어요. 완벽한 추석을 보냈죠”

라고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그녀. 이어지는 그녀의 남편이자 감독의 내레이션 이렇다.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

과연, 그녀는 정말로 이상한 여자였을까?

영화 'B급 며느리' 어록 포스터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영화 'B급 며느리' 어록 포스터 / 에스와이코마드 제공

확실히 그녀는 범상치 않은 사람임엔 틀림없다. 여동생 말에 의하면, 소싯적 그녀는 학교 책상 위에 꽃이 든 화병을 두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부터 평범하지 않는 스멜이 풍겨진다. 헌데 걸핏하면 화병이 넘어져 있더라는 거다. 그녀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문득 옛일을 떠올랐을 때서야, 아! 자신이 왕따를 당했구나, 깨달았다고 하는 그녀. 이처럼 자기만 좋으면 남의 시선이나 미움 따위에 굴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이만한 배짱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시어머니와도 맞짱 뜰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들의 어린이집 준비물 챙기기에도 빠듯한 형편이지만, 동전 저금통을 털어 반찬을 사면서 행복해하는 그녀. 요리를 하면서 춤을 추고, 내리는 눈을 보고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그녀. 고양이가 있으면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는 시어머니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를 꿋꿋하게 키워내는 그녀. 남편이, 자신이 좋아하는 고사리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하는 그녀. 시금치였으면 결혼 안 했을 거라고 말하는 그녀. 이다음에 자신의 위인전을 만들고 말 거라며, 다부지게 말하는 그녀.

이쯤 되면, 관객은 눈치를 챌 것이다. 남편이자 영화의 화자인 감독은 그녀를 ‘이상한 여자’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보고 있다는 것을. 근래에 나온 한국 영화 중에 이토록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었던가.

누군가 그랬다. 차라리 눈 딱 감고 ‘또라이’가 되면 인생 살기 편하다고.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기에 과감하고, 당당하게 이상한 여자 즉, (시월드 기준에서) ‘또라이’의 길을 택한 것이다.

메인 예고편 최초 공개급>

필터링 ZERO! #본격_셀프고발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다!! 순도 200% 리얼 다큐 #전주국제영화제 #춘천다큐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출품작 #B급며느리 #1월17일 #메가박스대개봉급>

메가박스(MEGABOX)에 의해 게시 됨 2018년 1월 3일 수요일
메가박스

SNS등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을 늘려가던 영화 . 지난 10일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어서는가 하더니,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를 늘리고 어느덧 장기 상영에 돌입했다. 역시나 고부간의 갈등이 피크에 달하는 설을 보낸 직후, 주말 이틀 동안에만 2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며 이례적인 흥행 역주행의 역사를 쓰고 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네이버 평점 9.13이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 영화에 대한 호평이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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