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롯해 빙상계 모두의 잘못” 팀추월 사태에 눈물 보인 선배들

2018-0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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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선영이의 잘못도 보름이, 지우의 잘못도 아니다. 나를 비롯해 빙상계의 지도자와 연맹에 있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대표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대표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강릉=뉴스1) 김도용 기자 = "나를 비롯해 빙상계 지도자, 관계자들 모두의 잘못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한국 스피드스케이트 대표팀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긍정적인 이유가 아닌 부정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에 한 빙상계 관계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선수들의 잘못이 아닌 모두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김보름(25), 노선영(29), 박지우(20)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을 기록, 8개팀 가운데 7위에 머물면서 탈락했다.

이날 한국 팀추월은 결과를 떠나 내용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여자 팀추월은 3명이 팀을 이뤄 총 6바퀴를 돌아 가장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세명이 호흡을 맞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날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레이스를 이끈 김보름, 박지우와 뒤에 자리한 노선영의 격차가 마지막 바퀴들어 크게 벌어졌다. 여기에 "마지막에 (선영 언니의)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김보름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빙상인은 20일 뉴스1과 통화에서 "어제 마지막 20~30m를 뒤에서 혼자 달리고 벤치에서 혼자 앉아 있던 선영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이번 일은 선영이의 잘못도 보름이, 지우의 잘못도 아니다. 나를 비롯해 빙상계의 지도자와 연맹에 있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빙상인인 내가 너무 부끄럽고 슬프다"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어 "빙상계 선배들이 선수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스케이팅 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면서 "밥 데 용 코치만 아니었다면 선영이는 더 외로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쓴소리는 계속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왜 개인종목 색깔이 확실한 스피드스케이팅에 팀추월이라는 종목을 만들었겠나. 선수들이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빙상인은 "연맹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슬렀는지 의문이다. 노선영이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뒤 대표팀 훈련 분위기가 냉랭해졌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연맹이나 코칭스태프가 과연 대표팀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분위기를)알고도 안 한 것도 문제지만 아예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강석 KBS 해설위원은 "이번에 나선 선수들 모두 나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고 대표팀을 보냈던 동생들이어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대표팀 분위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경기장에서 나타난 모습만 내가 분석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 위원은 "어제 보면 노선영이 선두에서 팀을 이끈 뒤 2번째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음고생을 하는 등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기에 다른 2명에 비해 체력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노선영이 2번째에 서고 3번째 선수가 밀어주는 방법이 옳다고 본다"면서 "왜 노선영이 맨 뒤에서 혼자 달리게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강석 위원은 "남자팀을 보면 정재원이 마지막 바퀴에 뒤처질까봐 2번째로 들어가고 김민석이 3번째에서 밀어줬다. 만약 정재원이 3번이었다면 혼자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당겨주고 밀면서 네덜란드를 제치고 1등으로 들어갔다. 여자팀도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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