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선수들 마음에 상처 내는 빙상연맹

2018-02-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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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이 다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노선영(29)/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노선영(29)/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강릉=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빙상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순항 중이다. 21일 현재 한국이 획득한 8개 메달 가운데 7개(금3, 은2, 동2)를 책임졌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이 이러한 선전의 빛을 바래게 만들고 있다. 이 또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의 무능력 탓이 크다.

빙상연맹이 다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의 팀추월 준준결승전이 발단이 됐다. 이날 대표팀은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 박지우와 맨 뒤의 노선영이 큰 차이로 벌어졌고 결국 8개 팀중 7위에 그쳤다. 경기 후에는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남겨두고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등 분열된 모습까지 나왔다.

여기에 김보름, 박지우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과 태도까지 더해져 팬들의 관심과 비난이 집중됐다. 이날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깜짝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25·동두천시청)의 활약상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사실 여자 대표팀의 이런 분위기는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것이었다.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로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면서 논란이 빚어졌고 이후 여자 대표팀의 훈련 내용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이어지면서 노선영과 대표팀은 불편한 관계가 됐다.

우여곡절끝에 노선영이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노선영 스스로도 지난 4일 강릉 선수촌에 입촌할 때 "선수들끼리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버스에서 별 말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빙상연맹과 코칭스태프가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게 팀추월 경기에서 여실히 나타난 셈이다. 심지어 20일에는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노선영 사이에 팀추월 전략과 팀 분위기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는 등 사태는 최악의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 빙상 실업팀 지도자는"노선영이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 다시 돌아온 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빙상연맹이나 코칭스태프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분위기를)알고도 안 한 것도 문제지만 아예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빙상연맹은 이전에도 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12년 전 토리노 올림픽을 앞두고는 대표팀이 한체대와 비(非)한체대로 나눠 훈련하는 등 극심한 파벌 다툼으로 홍역을 앓았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을 1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는 과거 선수를 성추행 하려고 했던 쇼트트랙 지도자를 대표팀 코치에 발탁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했다.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곤 했지만 구두선이었다. 그 와중에 상처받는 것은 선수들이다.

빙상연맹은 한 빙상인의 "나를 비롯해 빙상계의 지도자와 연맹에 있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빙상인인 내가 너무 부끄럽고 슬프다"는 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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