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속 봄나물 레시피 엿보기

2018-02-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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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봄나물이 먹고 싶어진 사람이라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 삼시세끼’로 불리며 조용한 화제가 됐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리메이크작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태리, 류준열 씨가 주연한 이 영화의 원작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열의 아홉이 여주인공의 레시피를 어떻게 한국화했을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예고편을 보면 식용꽃을 듬뿍 넣은 파스타, 콩국수 등이 살짝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과의 접점이 가장 많은 메뉴를 들자면 역시 봄나물이다. 두 나라 사람들이 모두 즐기는 음식이면서 봄과 농촌의 정취를 한껏 보여주는 봄나물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봄나물의 왕’ 두릅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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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하면서도 향기로운 두릅은 ‘봄나물의 왕’이라고 불리며 혹자는 ‘산에서 나는 버터’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두릅의 종류로는 땅두릅, 개두릅, 참두릅이 있다. ‘독활’이라고도 불리는 땅두릅은 4~5월경 땅에 묻힌 새순을 잘라낸 것으로 강원도와 충북이 주산지다. 엄나무의 새순인 개두릅은 가지 하나에 하나씩만 자라기 때문에 두릅 중에서도 귀하게 취급되며 하우스 재배가 어려워 가격도 비싸다. 일반적으로 ‘두릅’이라고 하면 두릅나무에 달리는 참두릅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대부분이 하우스 재배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연한 두릅을 튀겨 먹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살짝 데쳐 숙회로 먹거나 전, 장아찌로 이용한다. 사포닌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두릅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봄철 보양식으로 좋다. 특히 두릅 특유의 향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의 활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두릅은 다른 봄나물에 비해 맛과 향이 쉽게 변하므로 가급적 빨리 소진해야 한다.

사철 내내 요긴한 식재료 고사리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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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 ‘이치코’는 봄철 고사리를 꺾어 나물로 먹고, 남은 것은 소금에 절여 겨우내 보관한다. 고사리는 봄 한철만 먹는 것이 아니라 데친 후 말려서 사계절 내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부터 고마운 식재료로 불렸다. 특히 고기를 먹지 않는 산사의 스님들에게 영양가가 풍부한 고사리는 더없이 귀중한 식량이었을 것이다. 생고사리는 줄기의 길이가 적당하며 굵기가 통통하고, 잎이 아기의 주먹처럼 말린 것이 부드럽고 먹기 좋다. 선명한 녹색에 잎 부분에 살짝 갈색 솜털이 붙어있는 것을 고른다. 고사리를 식용할 때는 데친 후 물에 불려 쓴맛을 빼는데,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줄기가 아래로 가도록 삶는다. 데친 후에는 그대로 30분 두었다가 찬물로 갈아준 후 반나절 가량 담가둔다. 고사리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찌개에 넣으며, 녹두전에도 들어간다. 비타민 B1이 풍부한 고사리는 대파, 마늘과 궁합이 맞는다.

3일이 지나도 향이 가시지 않는 방풍

common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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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허균이 각 지역의 식재료를 정리한 ‘도문대작’이라는 책에서는 강릉 지역의 방풍죽에 대해 “좋은 맛이 입안에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가실 줄 모르는 향미로운 음식”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방풍나물은 말 그대로 풍을 예방한다고 하며 두통, 발열, 신경마비 등에 약용식물로 쓰인다. 바닷가 모래에서 잘 자라는 방풍은 한국과 중국 외에 일본 오키나와 해안 지역에서 많이 식용한다. 부드러운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볶음으로 먹거나 물기를 꼭 짜서 식용하며 말려서 묵나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중보산림경제’에는 방풍죽을 쑤는 방법에 대해 “새벽이슬이 앉은 방풍의 새싹을 따다가 죽을 쑨다. 햇볕을 본 것은 좋지 않다. 멥쌀로 죽을 쑤어 쌀이 익고 반쯤 퍼졌을 때 방풍잎을 넣어 싼불에서 끓인다. 알맞게 되었을 때 차가운 사기그릇에 떠서 반쯤 식은 상태에서 먹는다. 반쯤 식은 상태로 죽의 적온을 맞추어 먹으면 그 향미가 더욱 가득하다.”고 묘사했다.

쌉싸름한 봄의 전령사 머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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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이른 봄 머위싹으로 만든 머위된장을 만들어 놓고 홀연히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른 봄 눈 속을 헤치고 찾아볼 수 있는 머위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로도 불린다. 다만 영화 속 머위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식용하는 줄기가 아닌 어린 싹이다. 물에 데쳐낸 후 기름에 볶아서 미림, 간장, 설탕 등으로 간을 하고 된장에 무치는 것이 주인공 엄마의 레시피이며, 이치코는 머위된장을 반찬으로 하거나 국에 풀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어린잎과 긴 잎자루를 식용하며 갓 자란 꽃을 덩어리째 된장 속에 박거나 튀김으로 해도 별미라고 한다. 쌉쌀하고 향긋한 머위잎은 구운 돼지고기에 쌈을 해서 먹으면 느끼한 맛을 덜어준다. 섬유질이 풍부한 머윗대는 나물 반찬으로 좋고 들깻가루에 버무리면 잘 어울린다. 영양상으로도 들깨의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머위의 부족한 성분을 보충해준다고 한다. 그밖에 쌈밥이나 된장찌개, 김치, 장아찌 등 머위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알싸한 향을 내는 오신채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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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레시피 중 하나는 달래와 송어, 배추 꽃봉오리를 넣어 만든 파스타일 것이다. 한국판에서는 배추 꽃봉오리라는 식재료가 다소 낯선 탓인지 식용꽃으로 대체됐다. 알싸한 향을 내는 봄나물 달래는 불교에서 금지한 오신채 중 하나로 입맛을 잃기 쉬운 이른 봄 원기회복과 자양강장에 좋다. 특히 생달래 100g에는 1일 섭취량 6배에 이르는 철분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B가 풍부해 빈혈이나 구내염에도 효과가 있다. 돼지고기 등과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해 준다. 비슷한 맛을 내는 파와 마늘이 산성식품인 반면, 칼슘이 많은 달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된다. 생으로 무쳐 먹거나 된장찌개에 넣기도 하며, 드레싱을 넣어 샐러드로 만들어도 잘 어울린다. 영화에서처럼 기름에 볶아 파스타에 활용해도 마늘과 유사한 알싸한 매운맛이 식욕을 돋운다. 간장에 달래를 썰어 넣고 참기름, 식초, 설탕 등으로 양념한 달래 간장은 봄철 밥도둑으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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